‘나완비’ 이준혁 “내 취향이 마이너 했구나…로맨스를 했어야지” [DA:인터뷰①]

입력 2025-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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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나의 완벽한 비서’로 로맨스 물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배우 이준혁(40). 그는 “대중들이 내 작품을 ‘맛있어’ 한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웃었다.

이준혁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대표 강지윤(한지민)과 일도 완벽한 비서 유은호(이준혁)의 밀착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혁은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싱글대디’ 유은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비밀의 숲’ 서동재, ‘범죄도시3’ 주성철에 이어 또 다시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날 이준혁은 “내 취향이 정말 마이너했구나 싶다. 대중과 소통하려면 이런 작품을 했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나완비’가 이렇게 잘 되어서 다행이다. 100명이 넘는 스탭들과 홍보팀이 모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고, 결과물이 대중들과 통했을 때 저는 약간 대화가 통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꼭 항상 잘 돼야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의 목표는 대중적인 목표가 있는 작품이다 보니, 우리가 만든 게 대중들의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저는 요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중들이 맛있어 한다는 것에 대해 되게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로맨스 장르에 도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준혁은 “제가 한창 연기에 입문했을 시대에는 ‘깊은 연기나 장르물을 하고 싶다’라는 유행이 있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랬을 거다. 그래서 저도 그런 걸 추구했다. 저 자체도 다양한 장르의 취향이 있는 편이다. 크리스찬 베일을 유독 좋아했었는데, 그 배우처럼 사람들이 극을 보고 난 뒤 캐릭터만 남는 걸 원했다. 그 당시 크리스찬 베일이 인터뷰에서 ‘자긴 멜로는 안 하겠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이 되게 멋있어 보였다. 시대적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요새는 멜로를 하고 싶다는 어린 배우들이 많더라. 시대가 달라지고 있구나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준혁은 주로 장르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왔다. 갑자기 그는 왜 멜로를 하게 된 걸까. 그는 “‘멜로를 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제가 독특한 인물상을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인물들이 더 이상 독특하지 않더라. 오히려 그 안에서 은호라는 캐릭터가 제일 독특해보였다. 이건 어떻게 보면 제 삶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제 일이 독특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제 주변에 그런 사람들 밖에 없으니 독특하지 않더라. 오히려 저에게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아이를 육아하는, 너무나 정상적인 삶을 사는 일반인 친구가 제일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그런 부분에 대한 판타지가 커져있던 상황에서 이 대본이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2025년 2월 드라마 브랜드평판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인기를 체감하냐는 질문에 이준혁은 “사실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서, 거기에 집중하느라 잘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느껴지는 건 이렇게 많은 기자님들이 손수 오셨다는 거다. 사실 저같이 밖에 안 나가는 사람에겐 삼청동까지 차를 타고 오셨다는 게 굉장히 큰일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 대표가 (전작) ‘동재’ 때는 인터뷰에 안 왔는데 이번에는 왔다. 이럴 때 좀 신기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이번 것도 그렇게 챙겨보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얘기를 하니까 저한테 싸인 좀 달라고 하더라. 그 정도 얘기하지 그 친구도 제가 뽀뽀하는 걸 보고 싶진 않을 거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당초 ‘인사하는 사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었다. ‘완벽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유은호를 연기하며 힘든 점이 있었을까.

이준혁은 “은호는 2회 이후부터 주인공으로서 목적을 상실한다. 아이가 아파서 일을 그만둔 은호의 목표는 일을 찾는 거다. 그런데 2회부터 일을 찾아버린다. 보통 주인공이 목적을 계속 가져가는데, 그때부터 은호라는 캐릭터는 목적이 상실된 거다. 그래서 그 이후의 지점이 되게 어려웠다. 제가 느끼기에 은호라는 캐릭터는 모든 씬의 조연 같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사건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리액션 해주고, 그 사람의 상황을 리액션 해주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튀지 않고 은은하게 베이스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유은호는 강지윤의 비서이자 연인이기도 하다.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로맨스 사이에서 그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준혁은 “드라마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공개를 할 때 정확한 등가교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로맨스물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정확한 재미 포인트를 줘야한다. 그 이전에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보여주는 몽타주 씬이 필요하다. 그 지점에서 은호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은 브릿지 사이 리듬과 유머였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클리셰적인 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드라마가 다를 수 있으려면 브릿지 사이에서 변칙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은호의 위트를 계속 신경 썼다. 그런 재미를 시청자에 줘야 뻔한 얘기여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혁은 “‘어디까지 기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은 좀 더 은호의 아픔이 드러날 수 있게끔 찍었다. 대사 자체는 그렇지 않지만, 갑자기 연애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은호라는 캐릭터의 넘지 못하는 선을 표현했다. 이 부분을 찍을 때 저희 모두 이 장면은 ‘성인’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성인이라 함부로 못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찍었다”고 전했다.

유은호가 아이 아빠라서 강지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은 것일까? 평소 수줍음이 많은 이준혁 배우의 성격이 연기에 녹아들어진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이준혁은 “그건 확실히 은호다. 제가 그동안 해 온 작품 속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캐릭터들도 많다. 제 성향을 가져갈 수는 없고, 우리가 다 같이 은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 ‘이 캐릭터는 이런 인물이다’라는 약속 같은 걸 하지 않냐. 은호가 눈도 세게 뜨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처럼 다 같이 약속하고 고민해서 넣은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 취향을 치자면 은호 스타일 같긴 하다. 옛날에 제가 ‘조강지처 클럽’때 했던 한선수 캐릭터를 보면 지프차에 올라타서 “타지?” 하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 못하는 성격이다. 그 친구도 멋있지만”이라며 솔직하게 답했다.

([DA: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승현 동아닷컴 기자 tmdgu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에이스팩토리, 스튜디오S·이오콘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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