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 2회 차를 꿈꾼다. 후회와 미련이 남는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의 기회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담은 작품이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 한진선)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 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본격 운명 개척극이다. 온갖 자극적인 소재가 버무려진 ‘킬링 타임’에 제격인 작품이다. 진입장벽도 낮아 시청자 유입도 계속된다. 첫 회 5.211%로 시작해 10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매회 자체 최고 수치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덕분에 배우들을 향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여주인공 강지원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박민영을 두고 여전히 설왕설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사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과 결별 후 택한 작품이다. 사실상 사생활 논란 후 안방극작 복귀작이다. 강종현 문제가 아직 온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 복귀를 택한 박민영. 결별로 관계가 정리됐다지만, 대중은 여전히 두 사람 관계를 연결 지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박민영 역시 잘 안다. 그렇기에 박민영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다시없을 기회이기에.
“다들 아시겠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 시작했던 작품이에요. 어느 때보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결연했어요. 전보다 더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고, 더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피부로 와 닿아요. 다행히 많은 분이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저와 강지원을 분리해서 봐주시더라고요. 작품을 향한 칭찬과 애정이 제게는 위로였어요. 제가 위로받는 것 같았어요. (울먹) 작품 시작할 때 혹여 제가 이 작품에 피해가 될까 걱정했어요.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어 감사해요. 정말 다시 한 번 모든 시청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어요.”
눈시울을 붉히면서 울먹이는 박민영은 연신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인물이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자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고자 했던 말이 왜곡되거나 자칫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런데도 박민영은 ‘정면 돌파’다.
“작품 속 강지원 삶도 두 번째라고 해서 수월하지 않아요. (산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하나를 마주해요. 저 역시 그래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작품에 폐를 끼치면 어쩌나 싶었어요. 주변에서의 격려와 위로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박민영 아니면 안 된다’고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 배우들도 많은 용기를 줬어요. 그렇게 얼음을 깨고 나온 것 같아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자리(인터뷰 형식)를 빌어 진심을 전하고 싶었어요. 정말 죄송하다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울먹)”
강종현과의 교제로 인해 불거진 일련의 의혹과 논란만 아니라면, 박민영 필모그래피는 여배우로서 완성형에 가까울 정도로 좋다. 수년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여배우로 군림했을 정도다. 화젯거리도 잘 챙길 정도로 영리하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크게 주목받은 ‘오피스룩’도 박민영 의견에서 탄생한 것이다.
“강지원의 오피스룩은 계산된 룩이에요. 일명 ‘복귀룩’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과했던 부분은 인정합니다. (웃음) 최대한 달라진 강지원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재벌 3세인 유희연(최규리 분)이 확 달라진 강지원으로 변신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스타일이에요. 전작에서도 오피스룩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원작 속 강지원 모습이 ‘김비서가 왜그럴까’ 때와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겹쳐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해 10년 만에 긴 머리도 잘랐어요. 어깨를 드러낸 것은 2013년 패션 키워드가 ‘오프숄더’였어요. 그래서 어깨를 드러내면 어떨까 했어요. 드라마틱한 변신이었지만, 과했다고 생각해요. 인정합니다.”
박민영은 10년간 유지하던 긴 머리를 잘랐을 뿐만 아니라 체중 37kg이라는 극한의 다이어트까지 감행하며 작품에 임했다.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게 여배우 숙명이라지만, 그 이상의 체중 감량은 위태로워 보일 지경. 앙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7kg까지 감량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요. 그런데 정작 다시 살을 찌우려니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하루 4끼를 먹어도 잘 찌지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액션도 많고 체력 소모가 큰데 쉽지 않았어요. 전작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개성 강한 캐릭터가 많아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필요했어요. 그게 강지원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배우 캐릭터 감정선까지 생각하고 연기하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았어요. 그래서 더 빠르게 체중이 돌아오지 못한 것 같아요.”
눈치 보는 것 없이 행동하던 전과 달리 다소 소극적으로 변한 박민영. 촬영 현장에서는 어땠을까. “전에는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약해진 상태로 시작한 상태라 낯을 많이 가렸어요. 다행히 이이경, 나인우 덕에 빠르게 적응한 것 같아요. ‘누나 누나’ 하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더라고요. 회식도 하면서 되게 많이 친해진 느낌이었어요. 인터뷰할 때 이름도 언급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연기도 잘해요. 이이경은 특유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캐릭터에 잘 녹여서 연기하더라고요. 옆에서 보면서 한참 웃었어요. 나체 댄스 장면에서는 ‘넌 왜 그런 걸 잘해?’라고 물어볼 정도예요. 이 작품에 올인한 것 같아요. 나인우는 귀여운 강아지 같아요. 착하고 맑아요. 입대하고 면회 와 달라고 하면 갈 텐데 본인이 원할까요? (웃음) 가게 된다면 ‘초딩 입맛’(어린이 입맛)이라 치즈 들어간 ‘라자냐’를 직접 해서 면회 가고 싶어요. 즐거운 촬영장이었습니다.”
송하윤과 보아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외모인 송하윤이 악녀를 연기하니 다들 새롭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중간에 투입된 보아는 정말 어려운 걸 해주고 있어요. 배우로서 누굴 편들고 두둔하는 게 아니라 사실 중간 투입 자체가 누구든 쉽지 않아요. 베테랑 배우도 어려워하는 게 중간 투입이에요. 이미 쌓인 캐릭터들 간의 서사를 비집고 들어가 관계성을 깨고 새롭게 정립하는 건 어려워요. 배우로서 연기 외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박민영은 박민영이다. 작품으로 승부를 봤고, 작품 흥행으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 그렇기에 박민영에게 다음 스텝은 중요하다. “공교롭고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네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제게 두 번째 기회라고 생각해요. 정신 차리고 굳건하게 살아보려고 해요. 배우로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저를 보는 분들이 ‘흐뭇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노력할게요. 목표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 (민영아) 제발 행복해지자! (울먹)”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