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은 “기독교인이지만 무속신앙 소재를 풀어내기 위해 쟁쟁한 무속인들의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한국영화 기대작’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과 배우 최민식
쟁쟁한 무속인들 조언 받고 촬영
기독교 신자이지만 무속인과 친분
불편한 시선 있어도 신경 안 써요
최민식 선배 ‘신인 같은 열정’ 존경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최민식(61)과 ‘오컬트의 귀재’라고 불리는 장재현(43) 감독이 22일 개봉한 ‘파묘’로 의기투합했다. 앞서 가톨릭 퇴마의식을 다룬 ‘검은 사제들’,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사바하’ 등으로 잇달아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장 감독은 이번엔 한국 전통 무속신앙과 풍수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쳤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영화는 최민식과 장 감독의 만남만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며 사전 예매량만 30만 장을 넘기는 등 외화의 공세에 휘청이는 한국영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이 같은 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한국영화 부활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했다. 쟁쟁한 무속인들 조언 받고 촬영
기독교 신자이지만 무속인과 친분
불편한 시선 있어도 신경 안 써요
최민식 선배 ‘신인 같은 열정’ 존경
장 감독은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서 오래된 묘를 이장하는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 맡았던 “흙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 이번 영화의 시작이었다.
“매일 뛰어놀던 뒷산이었는데 어느 날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더니 묘를 파내고 파묻힌 지 100년이 넘은 오래된 썩은 관을 꺼냈어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고 무속인이 굿도 했죠. 보고 싶지 않은데 한편으로 자꾸 훔쳐보고 싶은, 그때 느꼈던 정말 이상한 감정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무속신앙에 대한 장 감독의 관심은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 이전부터 무속인들과 교류하며 무속신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톨릭 사제의 구마 의식을 다뤘던 ‘검은 사제들’조차도 “무속인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만들었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친하게 지내는 무속인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전작들에서 그분들의 조언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요. 이번 영화에서도 산신제를 하실 정도로 만신이신 무속인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엄청난 신기를 받았다고 평가 받는 그분의 며느리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극중 굿 장면에서 그분들의 모습이 살짝살짝 보여요. 이번 영화에 무속신앙의 피날레 같은 느낌으로 전작들에는 다 담지 못했던 무속신앙에 관한 제 관심을 다 담았어요.”
장 감독은 신실한 기독교 신자다. 주위에서 그가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무속인들과도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뭐랄까, 무속인이든 목사님이든 정말 톱클래스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정말 훌륭한 목사님들도 (무속인과 어울리는 것에 대해)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요. 무속인분들도 제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죠.”
“첫눈에 반한” 김고은, “세계적으로 더욱 대성할 것이라는 확신하는” 이도현 등 좋은 배우들과 함께한 것도 이번 영화를 하며 얻은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전히 “신인 같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최민식과 함께하는 순간은 “매 순간 감동”이었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제가 정말 감동했던 부분이 바로 태도에요.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는 듯 보여도 촬영하는 기간에는 술을 드시지 않고 단 한 번도 촬영장에 늦은 적이 없으시죠. 본인 촬영이 끝나도 그날 촬영이 모두 마치기 전에는 절대 먼저 퇴근하시는 법도 없어요. 늘 자기를 낮추고 후배들에게 다가가시는 분이에요. 가끔은 자기 자신을 너무 낮추셔서 문제일 정도로 말이죠. 하하!”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