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호평”…마설 감독·대배우 이강생이 말한 ‘낭인’이란 청춘 [인터뷰]

입력 2024-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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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중국의 신예 연출자 마설(43) 감독과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페르소나로 잘 알려진 대만의 대배우 이강생(55)이 영화 ‘낭인’을 통해 찬란하면서도 불안한 청춘에 주목했다.

10일 폐막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월드시네마 섹션에 소개돼 공개돼 호평을 이끌어낸 영화는 각자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사는 세 명의 젊은 남녀가 서핑 마니아의 유토피아로 알려진 완안에서 만나 사랑과 우정 사이의 오묘한 감정을 교류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마설 감독은 “청춘은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지나야만 하는, 전 세계 모든 관객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며 전작인 ‘화이트리버’에 이어 또 다시 불안한 청춘이라는 테마를 스크린에 그린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극중 비밀을 숨긴 서핑 대업업체 사장 동빈 역을 맡아 영화의 묵직한 무게감을 더해준 이강생은 역시 마설 감독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설 감독 “한국 관객과의 만남,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요”


마설 감독의 불안한 청춘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로 서핑을 택했다. 청춘이 가진 예측불가능하면서도 무모한 속성을 서핑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다는 보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휴식이 공간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강한 파도가 밀려 올 때는 그 어느 공간보다도 위험하죠. 그런 바다에서 큰 사고를 유발하고 급기야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스포츠인 서핑을 즐기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득한 운동이죠. 우리 영화에 바로 그런 서스펜스와 스릴이 필요했어요.”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2018년 실제로 서핑 성지로 소문이 난 지역인 완안에 방문한 뒤 떠올리게 됐다고 돌이켰다.

“전국 각지의 서퍼들이 몰려드는 지역에 대해 큰 매력이 느껴졌어요. 정말 많은 서퍼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그들을 바라보니 서로의 과거도 배경도 모른 채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캐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영화 속 세 남녀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던 한국의 조혜원 음악 감독이 이번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 평소에도 박 감독의 영화를 즐기고 좋아했던 한 명의 관객으로서 조 감독과의 음악 작업이 더욱 뜻 깊었다고 힘줘 말했다.

“조혜원 음악 감독님과는 제가 과거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영화 ‘오살’ 음악 작업에 참여하셨던 적이 있어서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이번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까지 참여해주셨죠. 우리 영화는 청춘물이긴 하지만 비밀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를 다루다보니 서스펜스가 필요했고 음악이 그 서스펜스를 표현하는 데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중국에서 먼저 개봉한 후 한국 개봉을 논의하고 있다. 마 감독은 중국 개봉일인 두 남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도 담아내는 영화가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인 5월 17일로 정해져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빠른 시일 내로 한국 관객도 만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이강생 “젊은 감독, 배우들과 작업, 의미 크다”


차이밍량 감독의 여러 영화들을 비롯해 대만 영화사에 손에 꼽히는 예술영화를 주연하고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은 이강생은 ‘대배우’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신인급 감독과의 작업을 즐기고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마설 감독과 호흡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분들이 저를 차이밍량 감독의 배우로 알고 계시지만 요 몇 년 동안은 신인 감독님들의 작품에 여러 편 참여했어요. 특정 감독의 배우로서 고정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배우로서 신인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저의 출연이 예술영화 자본투자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죠.”

특히 세 명의 젊은 배우들이 중심이 된 이번 영화에서는 기꺼이 조연을 자처했다. 하지만 롤이 작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연기한 동빈이 가진 존재감이 이를 증명했다.

“젊은 사람들의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스토리에 동빈은 무게감을 더해주는 일종의 키(Key)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분량은 많지 않지만 늘 가슴에 커다란 한과 복수심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내면을 잘 표현해 내는 게 핵심 포인트였죠. 평범한 동네 아저씨로 보이지만 가슴에는 그 누구보다 깊고 어두운 사악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지난 청춘에 대해서도 돌이켜봤다고 했다. “사랑할 용기가 가득하고 누군가에게 좋다 싫다는 표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겁 없지만 열정만은 가득했던 시기를 떠올리니 현장에 있는 젊은 배우들이 부럽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젊은 친구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화인으로서 영화를 하고 싶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어린 친구들에게 ‘일단 해봐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뭐든 시도해볼 수 있는 시기잖아요. 미리부터 겁을 먹고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영화를 사랑한다면 일단 영화계에 투신해야 해요. 영화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감독이 될 필요도 유명한 배우가 될 필요도 없어요. 일단 영화계의 일원이 돼 뭐든지 해보는 게 중요하죠. 그렇게 하다보면 분명히 스스로 빛나는 당신을 누군가가 알아보게 될 거에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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