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가아름답다]‘작은거인’정세화‘1호골’쐈다

입력 2009-04-27 2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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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올 테면 따라 와봐.’ 부상악몽도, 올림픽 출전 좌절의 쓴 잔도 WK리그 사상 첫 골로 시원스럽게 날렸다. 작은 몸집에도 야무진 플레이를 펼치는 정세화(8번)는 득점왕까지도 야심을 드러냈다.(왼쪽사진)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왼쪽)이 WK리그 첫 골을 신고한 서울시청의 공격수 정세화에게 ‘흑삼 세트’를 선물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여자축구연맹

박은선대신골잡이긴급투입…시련딛고WK리그1호“득점왕Go!”
“우와, 골이다!” 역사적인 득점포가 터진 순간, 본부석 스탠드에 앉아있던 500여 관중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한국 축구사의 큰 획을 그은 WK리그 첫 골의 주인공은 서울시청 아마조네스 여자축구단의 스트라이커 정세화(23)였다. 27일 여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대교눈높이 2009 WK리그’ 1라운드. 서울시청은 충남 일화와 대결에서 정세화와 박초롱의 연속골을 묶어 2-0 승리를 거뒀다. 특히 정세화는 전반 24분 박초롱의 패스를 잡아 상대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연결, 새 역사를 썼다. 경기를 앞두고,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간판 공격수 박은선이 또 다시 무단 이탈했기 때문. 당초 정세화와 함께 박은선을 투톱 파트너로 정해뒀으나 갑작스런 사태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선택은 주효했다. 이미경과 정세화에게 최전방을 맡긴 서 감독은 정세화의 골이 터지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전반 중반까지 충남 일화에 밀리던 서울시청은 이후 주도권을 쥐며 더욱 강하게 몰아쳤고, 값진 승점 3을 챙길 수 있었다. 정세화의 본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하지만 박은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골잡이 임무를 부여했고, 결국 일을 저질렀다.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정세화의 축구 인생은 결코 평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2004년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도 활약했고, 2007년에는 2008베이징올림픽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그 해 국내 최강 현대제철에 입단했다. 그러나 파주NFC에서 가진 중학교 남자 축구부와 연습 경기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염원했던 올림픽 출전의 꿈을 날려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FA자격을 얻어 서울시청에 둥지를 틀면서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기회. “오늘의 영광을 평생 잊지 않겠다”는 정세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축구화를 신고, 필드를 누빌 때가 가장 행복하다. 득점한 순간, 리그 첫 골이란 의식도 했다. 득점왕, 대표팀 복귀까지 노리겠다.” 서 감독은 “발재간과 체력이 좋다. 몸집은 작아도 아주 야무진 플레이를 한다”고 칭찬했다. 여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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