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다승왕 조정훈, 고대하던 시상식 못나간 사연

입력 2009-11-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정훈. 스포츠동아 DB

생애 첫 타이틀, 그것도 투수의 최고영예인 다승왕. 그런데 시상식에 오지 않았다. 당시 롯데 홍보팀장은 “훈련을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참 독한 선수구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만난 김에 직접 물어봤다. 그러자 다승왕은 묻어뒀던 진심을 한마디로 담았다. “제가 얼마나 참석하고 싶었는지 아세요?”

조정훈(24·사진). 2005년 롯데에 데뷔해 작년까지 6승이 전부였다. 그러다 올해 14승(9패)을 거둬 삼성 윤성환, KIA 구톰슨과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동료 선발이 지쳐서 시즌 막판 쉬고 싶어 할 때, 다승 단독 1위와 15승을 위해 최종전 등판까지 별렀던 근성을 불사했다. 결국 최종전 대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롯데에 유일한 1승을 안겨줬다. 그렇게 간절했던 다승왕 시상식인데 왜 고사했을까.

진실은 이렇다. 조정훈은 시상식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못 갔다. 구단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른다. 덕구훈련이 마무리 단계여서 그랬을 수 있다. 어쨌든 TV출연 약속까지 잡아놨는데 어긴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혼자 뒤집어썼다. ‘이상한 선수’가 돼버렸다. 비난과 악플에 시달렸다. 억울했어도 참았다. 얘기를 바깥에 꺼내면 구단 사람들이 다칠까봐 그랬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마지막으로 10일 그와 통화했다. 그는 두 번이나 전화를 다시 걸어왔다. “구단 분들이 난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래서 기사화를 두고 며칠을 고민했다. 그래도 쓰기로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조정훈은 ‘진심으로’ 시상식에 가고 싶었다. 이 사실은 알려야 옳다고 믿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다승 공동왕인 윤성환의 소감이다. 역시 첫 수상이었던 윤성환은 시상식에서 “나는 막상 실감하지 못했지만 다승왕을 달성한 뒤 주위에서 ‘역대 다승왕이 된 투수가 몇 명이나 있겠느냐’라는 얘기를 듣고 비로소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2009년 프로야구 타이틀 시상식에서 최고 인기구단 롯데의 에이스 조정훈의 소감은 없다. 기념사진도 없다. 먼 훗날 롯데 팬들이 ‘다승왕 조정훈’을 추억하려 할 때 롯데 프런트는 무엇을 내밀 것인가.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