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선수협 “규약대로” vs 감독 “시기상조”

입력 2009-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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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감독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선수들을 굴린다는 SK 와이번스 일본 고지훈련캠프. 프로야구 감독들과 선수협이 비활동기간(12월∼1월) 훈련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선수협은 원칙론을, 감독들은 현실론을 내세운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선수협 “해외전훈도 감독들 요청” 주장…감독 “전면 훈련금지 현실과 맞지 않아”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2일 정기총회를 연다. 크게 2가지 사안이 논의된다.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 노조설립 재추진이다. 특히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와 관련해 최근 감독들과 선수협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도출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선수협 “규약대로 실행하자는 것”

프로야구 선수들은 매년 연봉을 10개월(2월∼11월)에 걸쳐 나눠받는다. 이 기간은 활동기간이다. 그러나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2개월(12월∼1월)은 비활동기간이다. 야구규약 137조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익년 1월 31일까지 기간 중에는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경우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실시할 수 있지만 해외 전지훈련은 1월 15일부터 시범경기 전까지로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선수협은 “야구규약대로 하자는 것일 뿐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해외전지훈련도 규약처럼 ‘선수들의 요청’이 아니라 ‘감독의 요청’으로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수협은 지난달 18일 각 구단 대표선수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전지훈련을 떠나는 구단은 각 구단 선수상조회에서 500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번 총회에서 이에 관한 선수협의 명확한 입장이 정리될 전망이다.


○감독들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감독들은 대부분 “선수협의 입장에 대해 이해는 한다”고 운을 떼지만 한국적인 현실을 들어 여전히 규약대로 비활동기간에 전면적인 훈련금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훈련 지상주의’인 SK 김성근 감독은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주전이 아니고 저연봉 선수는 비활동기간에 구단의 지원을 받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 역시 “전지훈련 조기출국 반대는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한국의 겨울은 유독 추워 선수들이 개인훈련을 한다고 해도 부상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1.5군이나 2군선수들이 1군에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12월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LG 박종훈 감독은 “박찬호의 초년병 시절 LA 다저스타디움에 가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오렐 허샤이저, 마이크 피아자, 박찬호 등이 나와서 훈련하고 있더라. 그들도 그곳이 가장 운동환경이 좋으니 개인훈련을 하는 것이다. 그런 것조차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선수협이 그렇게 결의했다고 하니 내년 1월 20일 전지훈련을 가기로 했다”면서 “그 이전에는 나부터 운동장에 나가지 않을 테니 알아서 훈련을 하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선수들이 알아서 몸만 만든다면 무슨 문제겠느냐”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선수협-감독 대화로 실마리 풀어야

비활동기간 훈련 여부는 사실 선수협과 구단의 마찰이라기보다는 선수협과 감독의 대립 양상이다. 선수협은 선수협대로, 감독들은 감독들대로 따로 주장하고 있으니 해결은 커녕 같은 주제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 선수협 대표자와 8개구단 감독들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해결책과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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