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의 프리연기가 끝나자, 미국 NBC의 중계팀은 오서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를 그토록 외면하던 금메달을 (김연아를 통해)드디어 갖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NBC해설자 중 한 명은 오서의 오랜 친구이자, 1984사라예보동계올림픽에서 오서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스콧 해밀턴(52).
오서는 4년 뒤 소위 ‘브라이언의 전쟁’이라고 명명된 1988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도 은메달에 그쳤다. 9명의 채점자 중 오서의 우세가 4명, 브라이언 보이타노(47․미국)의 우세가 5명. 남자피겨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의 2위였다.
김연아는 27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오서 코치가 금메달에 키스를 하더라”면서 “짧은 순간이었지만, 눈에 눈물이 맺혔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서는 ‘김연아의 우상’으로 알려진 미셸 콴(30․미국)과 함께 피겨계의 대표적인 비운의 스타였다. 평생 자신을 옥죈 ‘불운의 스타’라는 꼬리표. 하지만 오서는 “김연아를 만나 행운이었다”는 본인의 말처럼, 피겨여왕을 통해 세계정상의 지도자로 거듭났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