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기자의 여기는 터키] 우정의 대결…야유 대신 박수로 마무리

입력 2011-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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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터키와의 평가전이 열린 10일(한국시간) 트라브존스포르 홈구장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스타디움. 경기 시작에 앞서 한국선수들의 인터뷰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등 터키축구협회는 ‘형제의 나라’ 한국과의 경기가 우정의 대결임을 강조했다.

경기장을 찾은 터키 관중들도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온 한국 선수들에게 야유가 아닌 환영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날 관중석에는 6.25 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을 나왔던 노인들이 특별히 초청되기도 했다.

‘우정’이라는 타이틀로 경기가 펼쳐졌지만 그라운드에서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졌다. 두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여러 차례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치열하게 맞붙었다. 터키의 주장 엠레는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했다. 기성용과 구자철, 김신욱 등은 터키 선수들과 거친 신경전을 펼치는 등 두 팀은 라이벌전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후 우정의 무대는 이어졌다. 터키 선수들은 무승부라는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듯 경기를 마치고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사이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센터서클에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여 또 다시 관중석에 인사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터키 관중들은 이 모습을 보며 큰 박수를 보냈다.

한 터키 기자는 “한국 선수들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이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터키의 한 기자는 조광래 감독에게 “선수들이 터키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 이유”를 물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터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기 종료 후 인사를 한 것이다”고 대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 종료 직후처럼 두 팀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그라운드를 도는 훈훈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터키 원정에 극진한 대우를 해준 터키축구협회와 응원을 해준 터키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우정을 지켰다. 결과를 떠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태극전사들은 박수와 갈채를 받을 만 하다.

트라브존(터키)|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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