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명장 다 필요 없고 우승하면 ‘장땡’”이라던 KCC 허재 감독이 지도자로서 생애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선수들이 헹가래치는 동안에도‘우승 사령탑’허재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잠실실내체 | 김종원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선수들 어르고 때론 채찍질…2번째 우승
추승균, 벤치 투혼…사상 첫 개인 5번째
전주 KCC가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2011 현대모비스’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 결정 6차전에서 79-77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팀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추승균, 벤치 투혼…사상 첫 개인 5번째
KCC는 전신인 현대시절, 1997∼1998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1998∼1999시즌에도 챔프에 올랐고, KCC로 이름을 바꾼 후 2003∼2004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6월, 사령탑으로 데뷔한‘농구대통령’허재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속설을 뒤집고 2008∼2009시즌 우승에 이어 최근 3시즌 연속 챔프전에 오르면서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반지에 입맞춤했다. 팀 통산 5번째 우승은 역대 1위다.
○명실상부한 명장 반열에 오른 허재 감독
직전 시즌 울산 모비스와 맞붙은 챔프전에서 2승4패로 울분을 삭였던 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통합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승진이라는 걸출한 센터에 KBL 최고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가드 전태풍,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베테랑 추승균 등 화려한 멤버는 일찌감치 우승 멤버로 지목받은데다 개인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2승7패를 기록하며 6승12패, 승률 5할에서 ‘-6’을 기록하는 등 출발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8승1패를 기록하며 무섭게 치고 나갔고, 결국 최종 순위 3위(34승20패)로 시즌을 마쳤다. 비록 개인 첫 정규시즌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허 감독은 2라운드에서 패배를 각오하고도‘몸이 덜 된’하승진을 꾸준히 기용했다.
실전을 통해 그의 컨디션을 끌어올려 장기 레이스에서 성공을 거두는 등 지략에서도 한 단계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풍부한 선수 자원을 활용해 어느 팀 못지 않은 다양한 공수 옵션을 활용했다. 특히 사령탑 데뷔 초반 강경 일변도의 선수 다루기에서 탈피해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때론 채찍을 가하는 등 지도 스타일의 변화도 이번 시즌 우승에 큰 힘이 됐다.
2년 전 우승 때 챔프전 MVP를 차지했던 추승균은 이번에도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코트가 아닌 벤치에서였다. 오른 허벅지 인대 파열로 챔프 4차전부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그는 대신 벤치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경기 도중 허 감독과 귀엣말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1일 코치’였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목소리 높여 외쳤고, 선수로서 개인 통산 5번째 우승반지를 끼는 건 KBL 역사상 그가 처음이다.
평소 “승균이 같은 노장 선수를 데리고 있다는 것은 나로선 큰 행운”이라던 허 감독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시리즈였다. 맏형이자 주장인 추승균의 힘은 KCC가 어려움을 딛고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