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골 터지고, 속 터졌네”

입력 2012-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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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시즌 3호골 넣고도 그가 웃지 못한 이유

리버풀전 동점골에도 팀 1-2 패배
맨유서의 FA컵 첫 우승 또 물거품
‘지성 골=맨유 무패’ 공식도 깨져
‘박지성 득점=팀 승리’라는 기분 좋은 방정식이 깨졌다.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시즌 3호 골을 작렬하고도 웃지 못했다. 맨유는 28일(한국시간) 안 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1-2로 패했다.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9분, 멋진 동점골을 터뜨렸다. 하파엘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받아 문전 앞에서 강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시즌 3호 골이자 지난 달 26일 위건 전 이후 한 달 만의 공격 포인트. 그러나 맨유는 종료 3분을 남기고 리버풀 카윗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박지성 골=승리 공식 깨져

이날 맨유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역전을 예감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박지성의 득점은 맨유 승리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박지성은 2005년 여름, 맨유 유니폼을 입은 뒤 이날 리버풀 경기 전까지 통산 26골을 기록 중이었다. 1경기 2골을 넣은 적이 두 번 있었기 때문에 박지성이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총 24경기. 맨유는 이 24경기에서 23승1무의 성적을 거뒀었다. 딱 한 차례 비긴 경기가 2008년 9월 첼시 전이다. 95%의 놀라운 승률. 이 기분 좋은 공식이 25경기 만에 리버풀에 의해 깨졌다.

박지성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기 직후 맨유TV와 인터뷰에서 “동점골을 넣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강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모두 잘 뛰었고 충분히 이길 수 있었기에 패배에 화를 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오늘 결과를 빨리 잊고 남아 있는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선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지 언론은 박지성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에게 “안 필드를 구석구석 휘저으며 멋진 동점골을 터뜨렸다”며 하파엘(9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을 줬다.


○‘강팀 킬러’ 다시 발진

박지성의 오랜 염원인 FA컵 우승은 또 다시 1년 미뤄졌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유일하게 만져보지 못한 트로피가 FA컵이다. 이 때문인지 박지성은 FA컵에 늘 애착을 보였다. 이번 리버풀 전을 앞두고도 “꼭 이기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FA컵은 박지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FA컵 우승은 물 건너갔지만 박지성은 ‘강팀 킬러’ 명성을 이어갔다. 박지성은 강팀을 상대로 유독 강했다. 리버풀 뿐 아니라 아스널, 첼시 등 라이벌 팀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맨유는 다음 달 중요한 리그 2연전을 앞두고 있다. 2월6일 첼시 원정에 이어 2월11일에는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여 설욕전을 펼친다. 올 시즌 선두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팀 킬러’ 박지성의 발이 또 한 번 마법을 만들어낼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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