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경(왼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마크 안해도 될 정도의 짧은 거리였는데…”
방심이었을까. 실수였을까.
김인경이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30cm 앞에 두고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 1타 차 선두였던 김인경은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가 홀 뒤쪽 30cm 지점에 멈췄다. 평소라면 눈을 감고도 넣을 수 있는 거리. 김인경은 멈칫했다. 마크(공의 위치를 표시하는 행동)를 하지 않고 그냥 퍼트할 수도 있었지만 김인경은 마크를 하고 공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시 공을 내려놓고 퍼트했지만 홀은 공을 외면했다.
“18번홀 퍼트를 놓친 건…. 잘 모르겠다. 사실 그 퍼트는 바로 보고 쳤는데 살짝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돌아 나왔다. 마크 안 해도 될 정도로 짧았는데….”
김인경처럼 1m도 안 되는 퍼트를 놓쳐 땅을 쳤던 프로들은 셀 수 없이 많다.
2월 호주에서 열린 호주여자오픈에서는 서희경과 유소연이 1m도 안 되는 짧은 퍼트를 놓쳐 우승을 날렸다. 위창수는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8년을 기다려온 우승 기회를 날렸다. 3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던 위창수는 1번홀에서 통한의 4퍼트를 했다. 프로들에게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수다. 10m 남짓한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1m에 섰다. 충분히 파 세이브할 수 있었지만 이 퍼트가 홀을 튕겨 나왔고 이어 세 번째 퍼트까지 놓쳤다.
2003년엔 강욱순이 퍼트의 저주에 시달렸다. PGA 투어 진출을 노리던 강욱순은 Q스쿨 최종라운드에서 50cm에 불과한 짧은 퍼트를 놓쳤다. 1타 차로 PGA 진출에 실패했던 강욱순은 1m의 저주에서 빠져나오는 데 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홀의 지름은 108mm, 골프공은 43mm다. 홀이 공보다 2.5배 크다. 기술적으로 30cm 거리에서 공을 홀에 넣는 건 어렵지 않다. 투어선수들의 1m 퍼트 성공 확률은 대략 90%, 아마추어는 60% 정도다. 그러나 수억 원의 우승 상금이 걸려 있는 긴박한 순간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골프를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베테랑 골퍼 톰 왓슨은 “1m 거리의 퍼트는 짧지만 성공을 100%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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