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일 만에 다시 1군 땅을 밟았다. ‘병용’이라는 이름처럼 비룡군단을 구하기 위해 돌아온 SK 채병용. 이제 팀뿐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두 딸을 위해 힘껏 공을 뿌린다. 스포츠동아DB
“위기 비룡 구한다” 1군 컴백
1군 어색 용병 느낌…분위기 파악중
‘구삼룡’ 윤길현·제춘모 있어 든든
몸 100% 회복…더 많이 던지고 싶어
오랜 재활…힘들었지만 두딸도 얻어
이젠 팀보다 가족을 위해 던질겁니다
병용(秉龍). 이름 그대로다. 위기에 빠진 ‘비룡을 붙잡기’ 위해 ‘투혼의 사나이’ 채병용(30·SK)이 돌아왔다.
SK는 13일 문학 두산전을 앞두고 엄정욱을 2군으로 내리고, 채병용을 1군으로 올렸다. 채병용의 페넌트레이스 등판은 2009년 9월 23일 문학 삼성전이 마지막이었다. 최후의 무대는 2009년 10월 24일 잠실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 당시 그는 너덜너덜해진 팔꿈치로 마운드에 올랐다. SK로선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채병용은 KIA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마운드에 눈물을 뿌렸다. 그리고 우승반지 대신 ‘SK 혼(魂)’의 상징이 됐다. 그 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약 1000일간의 기다림 끝에 문학구장에 섰다. 이미 2군 5경기에서 시속 144km를 찍을 정도로 구위를 회복했고, 자신감도 찾았다. “몸은 100%에 가깝습니다. 이제 좀 많이 던지고 싶어요.”
○아직은 낯선 그라운드…그래도 다시 뭉친 ‘구삼룡’ 있으매
한때는 1군 무대를 호령하는 투수였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게만 보였다. “말 그대로 분위기 파악하는 중이에요. 용병이 된 느낌이랄까? 아직은 1군이 너무 어색해요.” 이제 중고참의 위치지만 전력분석을 하는데도 소위 ‘각’을 잡고 앉아 있었다. 그나마 위안을 준 것은 ‘구삼룡(舊三龍)’의 존재였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에 입단한 오승준(30·서울고 투수코치)과 채병용. 각각 대구고와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02년 SK에 입단한 윤길현(29)과 제춘모(30). 이들 4명은 한때 신사룡(新四龍)으로 불렸다. 비룡군단의 미래를 이끌 영건들이었다. 오승준은 프로 생활을 마감했지만, 나머지 3인은 오랜 재활을 거쳐 현재 SK의 1군 엔트리를 지키고 있다. 넉살 좋은 제춘모는 자신들을 ‘구삼룡’이라고 명명했다. 오랜 동료들은 채병용의 다소 긴장된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존재들이다. 채병용은 첫 등판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아내와 딸의 이름을 품고, 마운드에 선다!
2009년의 투혼은 채병용의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오랜 재활도 견뎌야 했다. “그 때는 정말 팀을 위해 던졌어요. 아마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마운드에) 나갈 것 같아요.” 3년 가까운 시간. 채병용을 지탱한 힘은 가족에게서 나왔다. “3년 전과 지금, 가장 다른 점은 딸 둘이 생겼다는 거예요. 이제는 팀보다 가족을 위해 던집니다.” 2008년 12월 송명훈 씨와 결혼한 채병용은 2010년과 2011년 주원, 주아 자매를 얻었다. “와이프가 그래요. 애 3명을 키운다고…. 연년생 양육하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데 저도 운동이 잘 안될 때면 짜증을 냈으니…. 힘든 내색 한번 안한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죠. 이번에 1군 복귀 소식을 듣고 제일 기뻐한 사람도 역시 아내였어요. 이제 애들 크면 (돈도) 더 벌어야 되니까 열심히 던져야죠.”
배우 윤여정은 “생계를 위해 연기할 때, 가장 훌륭한 연기가 나왔다”고 고백한다. 채병용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가족을 위해 던지는 것은 곧 팀을 구하는 것이다. 채병용은 그렇게 SK와 가족의 구세주로 돌아왔다.
누가 13일의 금요일을 불운의 날이라고 했던가. 2012년 7월 13일은 채병용이 ‘불운’의 꼬리표를 떼고, 야구인생의 2막을 알리는 날이었다. 그래서 이날은 그에게 네잎 클로버처럼 다가왔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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