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올 여름에 할 기술을 알고 있다”

입력 2012-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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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도의 금메달 뒤에는 든든한 힘, ‘X파일’이 있었다. 유도대표팀과 체육과학연구원(KISS)은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세심하게 분석한 전력분석 자료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 ‘한국 유도 비밀병기’ 경쟁상대 분석 X-파일

김재범(27·한국마사회)에 이어 송대남(33·남양주시청)까지…. 한국유도 금 메치기의 비결은 유도대표팀과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공동 제작한 X파일에 있다.

유도대표팀 정훈(43·용인대 교수) 감독은 2일(현지시간) “KISS 김영수 박사님이 선수들의 체력·심리 관리에 도움을 많이 주셨다. 특히 전력분석을 잘 활용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대표선수와 코칭스태프, 김영수 박사는 체급별로 5명의 경쟁상대들을 선정해 이들의 최근 2∼3년간 경기 동영상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경쟁자들이 실전에서 ‘구사한 기술, 득점한 기술, 특정 기술 시 사용하는 잡기’ 등의 분포를 조사했다. 이어 대응방안까지 도출했다. 김 박사는 대표팀이 출국하기 1주일 전, 이 자료를 대표팀에 넘겼다. 선수들은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이 X파일을 열어보며 금 꿈을 키웠다.

송대남은 1일 8강전에선 ‘난적’ 니시야마 마사시(일본·세계랭킹 1위)를 업어치기 절반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니시야마 역시 X파일의 레이더망 안에 있던 선수다. 김 박사가 2일 공개한 2012년 KISS 자체연구과제에 따르면, 니시야마의 득점은 밭다리걸기(50%)에 치중돼 있다. 구사 기술 역시 밭다리걸기(29.6%)가 가장 많다. 이 때의 깃 잡기는 대부분 ‘가슴-소매’다. 밭다리걸기를 포함해 니시야마의 기술구사는 무려 약 63%가 ‘가슴-소매’ 깃 잡기에 집중돼 있다. 송대남은 상대의 공격 습관·루트 등을 모두 파악하고 실전에 임했다. X파일에는 “발 기술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대응방안까지 적혀 있다.

7월 31일 금메달을 딴 김재범의 X파일에서도 결승전 상대 올레 비쇼프(독일)를 철저하게 해부했다. 이 자료에는 비쇼프가 장기인 ‘나오는 발차기’와 ‘안뒤축 되치기’를 시도할 때 각각 ‘소매-왼쪽 가슴’, ‘소매-목’ 깃 잡기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분석돼 있다. 김 박사는 “메달을 다투는 경쟁자 중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이 자료에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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