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를 수상한 FC서울 데얀(오른쪽)이 경쟁자였던 이동국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종원 기자
“팀 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 최용수 리더십에 자극
마음잡은 데얀 31골…K리그 톱 킬러 진가 증명
태업논란에 휩싸였던 천덕꾸러기가 최고의 별이 돼 돌아왔다.
FC서울 공격수 데얀(31)은 3일 2012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이와 함께 득점상, 팬타스틱플레이어, 베스트11에도 뽑혀 4관왕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 MVP 선정은 2004년 나드손(수원), 2007년 따바레즈(포항)에 이어 데얀이 3번째다. 그만큼 넘기 힘든 벽이었지만 데얀은 전무한 기록으로 편견을 잠재웠다. 그는 올 시즌 31골로 K리그 최초로 30득점을 돌파했고, 2003년 김도훈(28골)의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9년 만에 갈아 치웠다. 또 처음으로 득점상 2연패에도 성공했다. 데얀은 MVP 경쟁에서 79.4%를 얻어 6.9%의 이동국(전북), 4.3%의 곽태휘(울산)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베스트11 공격부문에서는 무려 95.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태업논란 전화위복
서울 최용수 감독은 3월4일 대구와 원정 개막전 때 데얀을 전반 초반 빼버렸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데얀이 약속을 어겼다. 자신의 플레이를 1%도 안 했다.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오면 모르겠지만 지금 같아서는…”이라며 향후 출전배제까지 시사했다. 데얀이 시즌 전 중국 프로팀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에 이적을 제안 받았지만 서울은 보내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거액을 손에 쥘 기회를 날린 데얀이 그 섭섭함을 그라운드에서 태업성 플레이로 풀었다는 게 최 감독 생각이었다.
밖에서 봤을 때 서울은 시즌 개막부터 휘청거렸다. 선수단 내부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지 않고 밖으로 끄집어낸 최 감독 선택에도 우려를 보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최 감독의 승부수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데얀은 3일 시상식 후 “사실 그 때 교체 당해 마음이 안 좋았고 경기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더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감독님은 부임 첫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어떤 선수도 팀이 아닌 자신의 이익만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정신 차린 데얀의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데얀은 개막전 바로 다음 경기인 3월10일 전남과 홈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것을 시작으로 올 시즌 31골을 넣으며 새 역사를 썼다. 데얀은 “팬들이 나를 데얀민국이라고 불러줄 만큼 서울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면서 “구단이 나를 필요로 하는 그날까지 FC서울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