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보라스. 스포츠동아DB
FA 자격 획득 후 대형 계약 성사 속내
류현진(25)의 대리인 스콧 보라스는 국내에 잘 알려진 에이전트다. 그는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에이전트를 맡아 자주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왔다. LA 다저스와 류현진의 입단협상을 지휘한 보라스가 쉽게 사인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의 대박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보라스는 자신과 계약한 선수들 대부분이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획득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는 전략을 즐겨 사용한다.
다저스 소속이었던 박찬호가 2001시즌 후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기면서 5년간 최대 65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을 때도 에이전트는 보라스였다. 2000년에는 메이저리그 대표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텍사스의 10년간 총액 2억5200만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FA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내세워 ‘FA 대박’을 터트린 선수는 많다.
보라스는 현재 추신수(클리블랜드)의 대리인도 맡고 있다. 2013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하는 추신수가 클리블랜드와 계약연장을 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도 보라스가 있다. 보라스는 추신수를 FA 시장에 내보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받게 만들 셈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상위구단들이 탐낼 만한 외야수 자원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협상전략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다저스는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원했지만 보라스는 류현진이 젊고, 국제무대에서 검증됐다는 점을 들어 단기계약을 추진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다저스에 머물게 한 뒤 FA 시장에서 대박을 노린다는 계산이었다.
이처럼 FA에 올인하는 전략은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라스는 대형 FA 계약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선수에게도 에이전트에게도 이익이다. 소속 선수들을 FA로 시장에 내보내려는 보라스의 전형적 스타일이 다저스와 류현진의 연봉협상을 장기레이스로 만들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