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축구는 풍성한 결실만큼 화려한 어록으로 주목 받았다. 사진은 홍명보 전 올림픽팀 감독이 6월 병역연기 논란이 일었던 박주영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2012 한국축구는 풍성한 결실만큼 화려한 어록으로 주목 받았다. 사진은 홍명보 전 올림픽팀 감독이 6월 병역연기 논란이 일었던 박주영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2. 2012 화제의 어록들

홍명보 형님 리더십
난 너희를 위해 죽을테니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

K리그 달군 최용수 입담
전북전 앞두고 전복먹었다
수원전 앞두고 뭘 먹을지는…

亞챔프 김호곤의 쓴소리
철퇴는 무슨…고물 쇳덩이
클럽월드컵 졸전에 버럭!

최강희감독 이란에 경고
네쿠남인지 다섯쿠남인지
농구선수인가?


올 해 한국축구에서 가장 톡톡 튀는 코멘트는 어떤 것일까.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준 2012 한국축구 어록을 정리해본다.


○ 카리스마 홍명보 감독의 말말말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평소 말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내뱉는 말은 촌철살인 급이다. 고락을 함께 했던 올림픽 팀 선수들은 큰 자극을 느끼고 동기부여를 했다. 홍 감독의 발언에 국민들도 진한 감동을 느꼈다.

“나는 항상 마음속에 칼을 품고 다닌다. 너희들을 해치는 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홍 감독은 올림픽 영국과 8강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 선수들은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로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홍 감독의 발언은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 팀워크와 헌신을 중시해온 그는 솔선수범하는 ‘형님 리더십’의 모범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너희를 위해 죽을 테니 너희는 팀을 위해 죽어라”는 발언도 인상적이다.

“박주영이 군대를 가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 홍 감독은 모나코 장기 체류 자격을 취득해 병역연기 논란을 빚은 박주영을 보듬었다.

홍 감독은 일본과 런던올림픽 3∼4위전에 그동안 단 1분도 뛰지 않았던 김기희를 교체 출전시켰다. 모든 선수들에게 동등하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병역 문제도 걸려 있었다.

김기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4분이었다”고 감격을 전했다.

“올스타전에서 승부차기에 나서고 싶지 않다.” 홍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 올스타전에서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 재현 장면의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유로2012에서 피를로(이탈리아)가 보였던 파넨카 킥을 성공시키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성적과 입담으로 K리그 휩쓴 최용수 감독

올 해는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천하였다. 감독대행 꼬리표를 뗀 첫 시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단 한차례의 연패도 없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최 감독은 3일 프로연맹 대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프로 리그에서 처음으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벅찬 소감이 묻어나왔다.

최 감독은 성적뿐 아니라 재치 있는 입담으로 K리그 흥행을 이끌었다. 우승 세리머니에서는 말을 타고 나와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말이 선수들의 샴페인 세례에 놀라 크게 요동치자 최 감독이 낙마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 감독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두 손을 꼭 잡았다. 말이 수입산인가 보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모두 박장대소했다.

4월 수원삼성과 슈퍼매치를 앞두고 재기 넘치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전북전을 앞두고 전복을 먹었다. 수원전에서 뭘 먹을지는 여러분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수원을 비하할 때 쓰는 ‘닭 날개’를 암시하며 선전포고했다.

2012올스타전에서는 익살스런 세리머니로 관심을 끌었다. 유로2012 발로텔리(이탈리아)의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며 ‘뱃살텔리’ 애칭을 얻었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10년 전 이루지 못한 한을 이제야 풀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월드컵 당시 무득점의 한을 올스타전에서 풀었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환희 뒤에 숨은 아픔

“네쿠남(이란)인지 다섯쿠남인지 농구선수인가.” 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10월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지옥을 보여주겠다는 네쿠남의 발언에 즉각 응수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잘 싸우고도 한차례 역습 장면에서 실점하며 0-1로 패했다. 네쿠남에게 실점하며 아픔이 더 했다.

울산현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무패 우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4강에서 첼시(잉글랜드)와 대결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6강 전에서 몬테레이(멕시코)에 패해 덜미를 잡혔다. 김호곤 감독은 “철퇴는 무슨 그냥 고물 쇳덩이를 챙겨갔다”고 푸념을 전했다.

“책임져야 하면 책임지겠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일본과 런던올림픽 3∼4위전을 마친 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 저자세 외교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축구협회에 사과 공문을 보내고 이를 무마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조 회장은 연이은 실정으로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