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삼성 최형우·박석민·NC 권희동 든든한 ‘제3의 포수’

입력 2014-05-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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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 구단들의 보험 선수는?

최형우 포수로 입단…박석민 포수 센스 탁월
LG 문선재·넥센 박병호·강정호도 포수감
넥센 내야수 서동욱 9일 LG전 마스크 착용
NC 나성범·KIA 김선빈은 투수로 등판 가능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1987년 5월 16일 고(故) 최동원 감독(한화 2군)과 선동열 KIA 감독의 15이닝 완투대결에는 한 가지 숨은 뒷이야기가 있다. 그날 경기를 소재로 2011년 제작된 영화 ‘퍼펙트 게임’에도 빠져 있는 부분이다. 선동열 KIA 감독은 “사실 9회초 포수 타석 때 대타가 나와서 9회말부터 백인호 코치가 마스크를 썼다. 주자가 나가니까 ‘슬라이더는 정말 못 잡겠다. 뒤로 빠트릴 것 같다’고 하소연해 직구만 던졌다”고 추억했다. 내야수였던 백인호 코치를 앞에 두고 선동열 감독은 무려 7이닝 동안 공을 던지며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도 대단했지만 전문 포수가 아닌데 갑자기 미트를 들고 나가 15회까지 버틴 백인호 코치도 위대한 날이었다.

프로야구는 각 포지션별로 고도의 전문화가 이뤄진 경기다. 특히 포수와 투수는 다른 포지션에서 대체하기 힘들다. 그러나 각 팀은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무승부가 없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연장전이 이어지면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2008년 KIA에서 뛰었던 내야수 윌슨 발데스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2011년 필라델피아에서 연장 19회 등판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국내 리그도 올 시즌 치열한 순위다툼에 극심한 타고투저를 보이고 있어 각 감독들은 머릿속에 한 명씩 보험을 들어 놓고 있다.


● 박경완, 진갑용과 ‘동문’ 최형우

비상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응급조치가 가능한 팀은 삼성과 NC다. 삼성은 특히 프로에서도 포수를 맡았던 가장 완벽한 제3의 포수를 갖고 있다.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삼성에는 최고의 배터리코치였던 조범현 현 kt감독이 있었다. 박경완 현 SK 2군감독과 진갑용을 최고의 포수로 키워낸 조 감독에게 최형우는 매일 혹독한 수비훈련을 받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에게 종종 불펜에서 투수의 공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삼성의 강점 중 하나다. 삼성은 최형우뿐 아니라 매우 특별한 야구 센스를 갖고 있는 박석민도 포수가 가능하다.



NC는 고등학교 때까지 포수를 했던 외야수 권희동이 있다. 김경문 감독은 “9회말 포수 자리에 대타를 쓰면서 권희동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권희동은 “학창 시절 포수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포수를 맡을 수는 있지만 그런 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 특급 좌완 나성범 있는 NC

NC에는 비상상황에 투입할 특급 투수도 있다. 외야수 나성범은 대학 4학년 때까지 정상급 좌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깊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김경문 감독은 “야수와 투수가 쓰는 근육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상이 걱정되지만 지금 마운드에 올라가도 140km 중반 공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선수다”며 빙그레 웃었다. 나성범은 불과 3년 전까지 투수로 뛰었기 때문에 빠른 직구뿐 아니라 변화구 구사도 수준급이다.


● 청소년 대표 투수 출신 김선빈

KIA 선동열 감독은 “비상상황에는 김선빈이 투수다. 직구가 굉장히 빠르다”며 웃었다. 김선빈은 고교 2학년 때 투수로 청소년 대표에 뽑힐 만큼 140km 후반 직구가 일품이다. 넥센은 외야수와 포수를 겸하는 로티노가 있지만 9일 LG전에서 모든 포수를 소진해 내야수 서동욱이 급히 마스크를 쓰고 손승락의 공을 받아 승리를 지켰다. 이날은 서동욱이 나섰지만 넥센에는 프로에도 한때 포수로 변신할 뻔했던 강정호가 있다. 박병호도 학창 시절 포수 경험이 있다. 특히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강정호는 포수뿐 아니라 비상상황에서 투수로도 나설 수 있다. 연장전 보험용으로는 최적이다.

이밖에 LG 문선재는 실전 포수 경험을 자랑한다. SK 최정도 프로에서 투수 등판 기록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야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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