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25일 대회 중 당한 부상 치료를 위해 찾은 서울 잠실의 한 병원에서 인터뷰를 하며 “2019프랑스여자월드컵이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지소연이 보고 느낀 여자월드컵 무대
프랑스전 결장 아쉬움 토로…“4년 뒤 월드컵 기대”
‘월드컵’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아파도 끝까지 뛴다고 했어야 했는데. 물론 내가 뛴다고 달라질 건 없었겠지만….”
윤덕여 감독이 이끈 여자축구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몬트리올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15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에이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사흘이 흐른 25일 부상 치료를 위해 찾은 서울 잠실의 한 병원에서 만난 지소연은 “뛰고 싶다고 계속 고집했어야 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만큼 아쉬웠다.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또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만 해도 실감나지 않던 월드컵이다. 그러다 격전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오랜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는 생각에 몸이 떨려왔다. 첼시 입단을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 선수들과 나란히 도열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주제곡이 귀에 들어왔을 때 소름이 쭉 돋았다. “정신없이 떨었다. 잔디를 밟는데 ‘진짜 전쟁’이란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의 중압감과 압박감을 새삼 깨달았다.”
현실도 제대로 맛봤다. 그녀의 패스 미스에 한국은 2번째 실점을 했다. 브라질에 대한 지나친 경외심(?)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다. 실력을 증명할 월드컵에서, 정작 멍석이 깔렸는데 못하다니 머리가 복잡했다.”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도 그랬다. 친선경기라면 쉽게 꺾을 상대였다. 그런데 문제는 월드컵이었다는 점이다. “제쳐도 따라붙고, 피했다 싶은데 다른 선수가 따라붙고…. 리드하면서도 뭔가 홀린 듯 내내 쫓겼다.”
스페인과의 3차전을 앞두고 윤 감독의 한마디가 마음을 울렸다. “그간 땀과 눈물이 헛되이 끝나지 않도록 하자. 너희들을 보며 꿈을 갖는 소녀들을 많이 만들어내자.”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여민지(스포츠토토) 등 함께 못한 동료들을 생각하며 필드를 누볐다. 월드컵 첫 승과 16강은 당연한 선물이었다.
프랑스전을 떠올린 지소연은 “눈물도 사치”라고 했다. 후회 없이 뛰고 졌다면 한껏 울었을 텐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고 동료들에 힘을 실어줄 수 없어 더 아픈 기억이다.
그래도 4년 후 프랑스대회는 “훨씬 기대된다”고 했다. 경험의 축적이다. 아시아 예선에서 경쟁한 호주, 중국, 일본의 동반 8강행은 속상함보다 희망으로 다가왔다. “어제(24일) 귀국해 휴대폰을 켜니 고베 아이낙(일본)에서 친하게 지낸 가와즈미 나호미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네덜란드를) 2-1로 이겼다’고. 우리도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의 시간은 추억으로 묻고 이제 프랑스를 바라보며 뛰어가겠다.”
월드컵을 통해 책임감도 느꼈다. 2002한일월드컵 세대가 남자축구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듯 자신들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 중 지도자도, 행정가도 나와야 한다. 나도 깊이 생각하고 있다. 오늘 좋은 플레이를 하는 것 못지않게 먼 내일을 향한 준비도 착실히 하겠다.”
지소연은 다음주 팀 합류를 위해 출국길에 오른다. 4년 뒤 프랑스에서의 기적 2탄을 위한 또 다른 첫 걸음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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