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악몽의 세월, 구단별 암흑기를 말한다

입력 2017-09-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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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10년 연속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한화에 앞서 LG도 10년 연속 가을잔치에서 구경꾼 신세에 머문 적이 있지만, 한화의 흑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측면에서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2014년 시즌 최종전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화 선수단. 스포츠동아DB

누구에게나 악몽의 시간은 있다.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개인에게도 암흑기가 있겠지만, 프로야구단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가 13일 대구 삼성전에서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물론 한화만 암흑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잊혀졌지만, 한동안 고통의 세월을 겪은 구단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그 기간이 길거나 혹은 짧을지라도, KBO리그 각 구단은 그들 나름대로 암흑기로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 강산이 변하는 10년 동안 암흑기에 빠져 있는 한화

한화도 한때는 ‘식은 죽 먹기’처럼 가을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물론 빙그레 시절의 기억이지만, 1986년 창단 팀으로 1군 무대를 밟은 뒤 3년 만인 1988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9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5년 중 3년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빙그레에게 포스트시즌은 응당 나가야하는 무대처럼 느껴졌다. 한국시리즈 우승 일보 직전에서 무릎을 꿇는 것이 한(恨)이라면 한이었지만, 그 한도 1999년에 마침내 풀리면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2002~2003년 2년 연속 가을잔치에 못간 것이 최장기간 암흑기였고, 1999년 이후 다시 우승 고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간 뒤로 가을을 접었다. 그것이 마지막 가을잔치의 추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사이 올해까지 감독과 감독 대행만 무려 7명이 지휘봉을 잡았다. 김인식 감독 이후 한대화~김응룡~김성근 감독이 가을잔치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고, 한용덕, 김광수, 이상군은 감독대행으로서 힘든 시기를 경험했다.

스포츠동아DB



● LG가 먼저 10년 암흑기의 역사를 썼다

한화 이전에 10년간 암흑기를 겪은 팀으로 LG가 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가을야구의 방관자가 됐다. LG 역시 그 사이 이광환 감독~이순철 감독~양승호 감독대행~김재박 감독~박종훈 감독 등 5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2년 LG 사령탑에 오른 김기태 감독이 이듬해인 2013년 LG를 가을야구로 인도했다.

LG는 10년 연속 고통의 세월을 이겨냈지만, 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화가 내년에도 실패한다면 KBO리그 신기록을 쓰게 된다. 한화도 먼 훗날 ‘그땐 그랬지’라며 웃을 날이 오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당장 이 질긴 암흑의 그림자를 언제 걷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스포츠동아DB



● 원년 멤버들이 기억하는 암흑기

1982년 프로원년부터 출발한 구단 중 암흑기를 따지자면 롯데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이라는 전호번호 같은 순위를 찍으면서 부산 팬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2008년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가 ‘노 피어’ 정신을 이식하면서 부산에도 가을이 돌아왔고,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다시 4년간 가을야구가 단절되면서 제2의 암흑기 기운이 스며들었지만 올해 다시 가을냄새가 나고 있다.

원년 우승팀 두산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OB 시절이던 1988~1992년 5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한 것이 구단 역사상 최장 기간 암흑기였다. 특히 1990년과 1991년엔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년 연속 꼴찌로 추락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KIA는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에 빛나는 가을잔치 최강자지만, 해태 시절이던 1998년부터 선수를 줄줄이 팔아넘기면서 전력이 약화돼 KIA가 인수한 2001년까지 4년간 가을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다시 4년 연속 가을야구를 못했지만,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면서 막혔던 혈을 뚫어냈다.

삼성은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해를 찾는 것이 더 빠른 팀이다. 삼성 스스로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으로 포스트시즌 자체를 없애버린 1985년을 제외하고, 원년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4년 중 가을잔치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6차례(1983년, 1994~1996년, 2009년, 2016년)에 불과하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것이 삼성으로선 최대 암흑기였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0.455의 승률로 처음 9위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사상 처음 3할대 승률을 기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위험한 암흑기인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겪었던 롯데.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그 밖의 구단들

2000년대 들어 창단한 팀 중 SK는 첫해인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팀 재건 시기에 3년 연속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한 것이 암흑기라면 암흑기다. 넥센 역시 2008년 창단한 후 2012년까지 5년 연속 실패하다 2013년부터 가을잔치 단골손님이 됐다. 2013년 1군 무대에 뛰어든 NC는 첫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NC에겐 아직 암흑기가 오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kt는 첫 시즌인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한편 역사 속으로 사라진 팀을 보면 현대와 쌍방울이 있다. 현대는 원년 삼미로 출발해 청보~태평양의 역사를 잇고 있는데, 삼미 시절이던 1982년부터 태평양 시절이던 1988년까지 7년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고, 쌍방울은 1군 첫해인 1991년부터 1995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것이 최대 암흑기로 기록돼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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