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KBO 정운찬(71) 총재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으로 출근한다. 전임 총재들에 비해 KBO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커미셔너로서 일하는 만큼 월급도 받는다.
정 총재는 ‘구단주 총재’가 아니다. KBO 구단들이 고분고분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상당수 야구인들이 “총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KBO 총재는 아무나 앉는 자리가 아니다. 정 총재는 보이는 칼과, 보이지 않는 칼을 가지고 있다. ‘보이는 칼’은 이론적 완결성이다. 정 총재는 ‘야구광 경제학자’라는 브랜드로 통한다. 정 총재가 KBO에 들어오며 꺼내든 테마는 ‘산업화’다. KBO리그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KBO리그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 총재의 ‘보이지 않는 칼’은 네트워킹이다. 주위에서 “생각 이상으로 인맥이 넓고, 탄탄하다”고 말한다. 친화력, 관계의 힘으로 정 총재가 KBO의 난관을 뚫고 나갈 가능성이 비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은 말(言)이 아니라 사람(人)이 한다. 홀로 조직을 움직일 순 없다. 정 총재는 현실적으로 KBO에 혈혈단신 입성했다. 내부 지지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실행력이 처지면, 아무리 타당성이 뚜렷해도 공허할 따름이다.
정 총재의 이상을 추진할 실무 조력자가 KBO 사무총장이다. 그러나 아직도 누가 선임될지를 놓고, 하마평만 쌓일 뿐 베일에 쌓여있다. 구단 단장들 사이에서도 “감조차 못 잡겠다”고 말한다. 한동안 나돌았던 공모는 시간적으로 어렵다. 총재가 낙점을 한 뒤,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10개 구단 사장단이 모이는 KBO 이사회는 30일 열린다. 늦어도 이 자리에서 새 사무총장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택 이후에도 남는다. 사무총장 선임이 늦어진 만큼 누가 임명되어도 여론의 집중도가 올라간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은 정 총재가 사무총장 인선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정황증거다. 적어도 그 자리의 무게감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 조언자가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총재의 의중과 동선은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그러나 물밑에서 움직임이 없을 리가 없다. 다만 늦어져서 말이 많아진 것도 현실이다.
A구단 단장은 “사무총장이 공석인데, KBO 직원들이 그동안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타이틀스폰서 발표 이외에 KBO는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결단이 임박했다. 왜 이렇게 야구계가 사무총장을 기다려야했는지, 정 총재가 필연성을 응답할 차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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