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카를로 스탠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르셀 오수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마이애미 이탈한 ‘전력의 절반’
마이애미는 2017시즌 후 스탠튼을 비롯한 주전들을 대거 처분했다. 양키스의 레전드 데릭 지터가 경영진에 새로 합류하자 구단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으나, 첫 작품으로 파이어세일을 단행하자 충격의 강도는 더 셌다. 먼저 2루수 디 고든(30)이 시애틀로 떠났다. 이어 우익수 스탠튼의 뉴욕행, 중견수 마르셀 오수나(28)의 세인트루이스행이 속속 결정됐다. 외야에 홀로 남겨진 크리스티안 옐리치(27)는 이에 반발했고, 결국 밀워키로 이적했다.
이들은 ‘전력의 절반’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만 해도 고든은 타율 0.308에 114득점 60도루를 올렸다. 내셔널리그 도루왕을 3차례(2014·2015·2017년)나 차지한 그는 마이애미의 기동력을 사실상 홀로 떠받치고 있었다(2017년 마이애미의 팀 도루는 91개였다). 중심타선을 이룬 스탠튼-오수나-옐리치의 화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시즌 스탠튼은 59개, 오수나는 37개, 옐리치는 18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타점도 스탠튼이 132개, 오수나가 124개, 옐리치가 81개였다. 지난해 마이애미가 기록한 홈런(194개)의 58.8%, 타점(743개)의 45.4%를 3명이 담당했다.
크리스티안 옐리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떠난 자와 남은 자의 2018시즌 행보는?
초반이라 희비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먼저 남은 자들의 행보를 살펴보자. 마이애미는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 후보인 컵스를 상대로 한 개막 4연전에선 2승2패로 선전했으나, 곧이어 마주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자 보스턴에는 연패를 당했다. 4일 현재 2승4패.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162경기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려면 선수층이 관건인데, 역부족이 우려된다.
마이애미를 떠난 4명의 선수들 중에선 단연 스탠튼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스탠튼은 4일 새 안방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개막전에선 홈런 2방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탬파베이와 맞붙은 양키스타디움 데뷔전에선 삼진만 5개를 당했다. 데뷔 첫 5삼진 경기였다. 4번째 삼진을 당했을 때는 일부 팬들의 야유가 터지기도 했다. 아직은 몸이 덜 풀린 듯 타율 0.211에 2홈런 4타점뿐이다. 그러나 건강에 이상만 없다면 애런 저지와 함께 얼마든지 100홈런을 합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고든과 옐리치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시애틀에서 중견수로 변신한 고든은 개막 이후 4연속경기안타로 순항하고 있다. 옐리치도 1일 샌디에이고전 5타수 5안타의 맹타에 이어 4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선 3-4로 뒤진 9회말 2사 후 동점 솔로포로 5-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개막 직후 2경기에서 침묵했던 오수나 역시 4일 밀워키를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때리는 등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다.
스탈린 카스트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유탄 맞은 스탈린 카스트로
마이애미의 2018시즌 라인업에서 주목받는 선수는 2루수 스탈린 카스트로(28)다. 4일 보스턴전 선발출전명단으로만 국한해도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중후반 빅리그에 데뷔한 신인급 3명(1번 중견수 루이스 브린슨·4번 3루수 브라이언 앤더슨·8번 포수 채드 월락)을 선발로 내세운 이 라인업에서 카스트로는 유일한 올스타 출신이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양키스 소속으로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에 16홈런 63타점을 올렸다. 올스타로도 뽑혔다. 그러나 스탠튼의 양키스 이적 때 유탄을 맞았다. 이 거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카스트로는 마이애미에 재차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그러나 좋든 싫든 마이애미에서 새 시즌을 시작했고, 이제 팀의 구심점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탈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몸값 관리가 필요한 카스트로다.
1997 플로리다 말린스 우승 멤버인 모이세스 알루와 게리 셰필드(오른쪽). 시즌 후 이들은 각각 휴스턴(알루)과 LA 다저스(셰필드)로 떠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LIP=마이애미발 ‘폭탄세일’의 역사
마이애미(전신 플로리다) 말린스는 1993년 확장팀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4년만인 1997년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03년에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1988년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29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LA 다저스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신흥명문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구단 운영을 들여다보면 마치 ‘졸부’와도 같은 행태를 거듭했다. 2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매번 파이어세일을 단행했다. 우승 주역들과 과감히 결별했다.
1997년 우승 직후에는 원투펀치 케빈 브라운과 앨 라이터를 비롯해 마무리 롭 넨, 중심타자 게리 셰필드와 모이세스 알루 등을 일제히 정리했다. 브라운은 샌디에이고를 거쳐 다저스로 옮겨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새롭게 원투펀치를 이룬 까닭에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셰필드 역시 박찬호의 도우미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2년만인 2005년 말에는 투수 조시 베켓, 3루수 마이크 로웰 등을 폭탄세일의 매물로 내놓았다. 그리고 당시 ‘트레이드 불가’로 묶어뒀던 거포 미겔 카브레라와 좌완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도 2007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디트로이트로 보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