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구본승이 요즘 갑자기 배구 팬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9~2020시즌 V리그 남자부의 유력한 신인왕 후보 가운데 한 명이던 그는 1월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를 밝혔다. 프로배구 선수가 된지 4개월만이다. 그는 “작년 10월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진짜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사람인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배구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배구는 단체생활이고 단체운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져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이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국전력은 예상 못한 선수의 돌발행동에 난처해하고 있다.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신인왕을 꿈꿀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하필 지난 시즌에도 개막에 들어가기 직전 김인혁이 잠시 팀을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기억도 생생하던 터라 팬들은 떠난 선수보다는 팀 내부의 선수관리 문제와 동료들과의 불화에 더 의심의 눈초리를 두고 있다.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왕따나 괴롭힘이 있지 않을까 지레짐작도 한다. 감독과 구단은 이 같은 시선에 동료들이 받을 상처를 가장 걱정했다. “선수 누구에게 물어봐도 좋다. 우리는 함께 가려고 했고 많은 배려도 했지만 당사자가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이렇다.
구본승은 28일 팀을 무단으로 떠나기 전 자체징계를 받고 있었다. 훈련태도가 불성실했고 숙소생활에서도 동료들의 불편을 자주 줘서 장병철 감독이 취임 이후 정했던 원칙에 따라 징계를 내렸다. 경기장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때때로 함께 사는 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숙소에서도 자기만의 생활을 고집할 때가 많고 훈련 도중에도 간혹 수가 틀리면 그만 둔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이나 선배, 스태프가 달래가면서 함께하려고 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반복됐다. 그러다 28일 갑자기 숙소를 이탈했고 배구를 그만둔다고 했다”고 장병철 감독은 털어놓았다.
구단은 구본승의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심리상담까지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미 동료선수들로부터 몇 차례나 “돌출행동 탓에 함께 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어왔고 구단도 반복되는 문제에 차츰 부담을 느낄 때였다. “배구를 그만 두겠다”는 얘기를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었다. 감독으로서는 결단이 필요했다. 장병철 감독은 “팀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비난을 받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구단에 요청해 결국 인연을 정리하기로 했다.
구본승은 장병철 감독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이 같은 결정을 수긍했다. 감독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걱정과 배려를 했다. “먹고 살 것은 있냐”고 물어봤고 한국전력이 아니더라도 상무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간 뒤 다음 기회를 보자는 뜻에서 “당분간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는 31일 SNS에 글을 쓰면서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버렸다.
혹시 한국전력 만의 문제인가 싶어서 전 소속팀인 경희대 김찬호 감독에게도 확인했다. 구본승 스스로 밝힌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김찬호 감독은 “대학시절에도 몇 번 팀을 이탈했다. 평소에는 훈련도 잘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해서 심리전문 의사의 상담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신인드래프트에 나간다고 할 때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 그래서 프로에 가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본승은 대학 3학년을 마친 뒤 얼리드래프티로 프로선수가 됐다. 김찬호 감독은 그를 1년 더 곁에 두고 단체생활에 적응시키려고 했지만 선수의 취업 뜻이 강했다. 집안 형편상 일찍 나가서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도 있었다. 구본승의 재능이 아까웠던 한국전력은 일찍 군에 다녀와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상무팀 지원도 주선해줬다. 만일 구본승이 SNS에 은퇴를 밝히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았더라면 현재 기량으로 봐서 탈락할 이유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무 입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단체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고 팀 이탈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면 상무로서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팀이나 프로 팀에서는 선수의 장래를 위해 사고가 나도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지만 군인은 다르다. 제 시간에 소속부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탈영이다. 많은 선수들이 현실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채 운동만 하다보니 팀을 떠나면 새로운 좋은 세상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착각이다. 그런 세상은 없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선수로서 또 성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시간이 많이 남은 구본승이 스스로 자처한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2019~2020시즌 V리그 남자부의 유력한 신인왕 후보 가운데 한 명이던 그는 1월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은퇴를 밝혔다. 프로배구 선수가 된지 4개월만이다. 그는 “작년 10월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진짜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사람인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배구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배구는 단체생활이고 단체운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져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이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국전력은 예상 못한 선수의 돌발행동에 난처해하고 있다.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신인왕을 꿈꿀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하필 지난 시즌에도 개막에 들어가기 직전 김인혁이 잠시 팀을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기억도 생생하던 터라 팬들은 떠난 선수보다는 팀 내부의 선수관리 문제와 동료들과의 불화에 더 의심의 눈초리를 두고 있다.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왕따나 괴롭힘이 있지 않을까 지레짐작도 한다. 감독과 구단은 이 같은 시선에 동료들이 받을 상처를 가장 걱정했다. “선수 누구에게 물어봐도 좋다. 우리는 함께 가려고 했고 많은 배려도 했지만 당사자가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하면 이렇다.
구본승은 28일 팀을 무단으로 떠나기 전 자체징계를 받고 있었다. 훈련태도가 불성실했고 숙소생활에서도 동료들의 불편을 자주 줘서 장병철 감독이 취임 이후 정했던 원칙에 따라 징계를 내렸다. 경기장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때때로 함께 사는 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숙소에서도 자기만의 생활을 고집할 때가 많고 훈련 도중에도 간혹 수가 틀리면 그만 둔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이나 선배, 스태프가 달래가면서 함께하려고 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반복됐다. 그러다 28일 갑자기 숙소를 이탈했고 배구를 그만둔다고 했다”고 장병철 감독은 털어놓았다.
구단은 구본승의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심리상담까지 진행하던 중이었다. 이미 동료선수들로부터 몇 차례나 “돌출행동 탓에 함께 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어왔고 구단도 반복되는 문제에 차츰 부담을 느낄 때였다. “배구를 그만 두겠다”는 얘기를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었다. 감독으로서는 결단이 필요했다. 장병철 감독은 “팀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비난을 받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구단에 요청해 결국 인연을 정리하기로 했다.
구본승은 장병철 감독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이 같은 결정을 수긍했다. 감독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걱정과 배려를 했다. “먹고 살 것은 있냐”고 물어봤고 한국전력이 아니더라도 상무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이어간 뒤 다음 기회를 보자는 뜻에서 “당분간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는 31일 SNS에 글을 쓰면서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버렸다.
혹시 한국전력 만의 문제인가 싶어서 전 소속팀인 경희대 김찬호 감독에게도 확인했다. 구본승 스스로 밝힌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김찬호 감독은 “대학시절에도 몇 번 팀을 이탈했다. 평소에는 훈련도 잘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해서 심리전문 의사의 상담도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 신인드래프트에 나간다고 할 때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됐다. 그래서 프로에 가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본승은 대학 3학년을 마친 뒤 얼리드래프티로 프로선수가 됐다. 김찬호 감독은 그를 1년 더 곁에 두고 단체생활에 적응시키려고 했지만 선수의 취업 뜻이 강했다. 집안 형편상 일찍 나가서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도 있었다. 구본승의 재능이 아까웠던 한국전력은 일찍 군에 다녀와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에 상무팀 지원도 주선해줬다. 만일 구본승이 SNS에 은퇴를 밝히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았더라면 현재 기량으로 봐서 탈락할 이유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상무 입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단체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았고 팀 이탈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면 상무로서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학팀이나 프로 팀에서는 선수의 장래를 위해 사고가 나도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지만 군인은 다르다. 제 시간에 소속부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탈영이다. 많은 선수들이 현실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채 운동만 하다보니 팀을 떠나면 새로운 좋은 세상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착각이다. 그런 세상은 없다. 곧 알게 될 것이다. 선수로서 또 성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시간이 많이 남은 구본승이 스스로 자처한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