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김태완표 행복축구와 도장 깨기, 군 복무도 의미 있게

입력 2020-07-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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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나원큐 K리그1 2020’의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는 상주 상무의 선전이다. 11경기를 마친 K리그1(1부)에서 상무는 6승3무2패, 승점 21로 3위에 올라있다. 4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20), 5위 대구FC(승점 19)와 견차가 크진 않지만 상무의 예상 밖 강세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불편하게 시작한 시즌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 메이저우로 동계훈련을 다녀온 뒤 격리돼 한동안 정상훈련을 못했다. 개막 직전인 4월말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시행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선수단 일부가 다쳤다.

가장 큰 걱정은 동기부여였다. 올해 상무의 운명은 결정돼 있다. 우승해도 K리그2(2부)로 내려간다. 상주와 연고협약이 만료된 상무는 내년 김천에 새로 둥지를 튼다. 열심히 해도 하위리그로 강등된다는 사실이 동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상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개막전서 울산 현대에 0-4로 대패한 뒤로는 꾸준히 승점을 쌓았다. 과거 2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수원 삼성을 꺾었고,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도 제압했다. 11경기에서 고작 2패뿐이다.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뚜렷한 방향과 목표가 없던 시즌을 잘 헤쳐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태완 감독의 이색 철학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올해 초 예배에서 접한 설교가 그의 가슴에 꽂혔다.

1년 6개월밖에 동행할 수 없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익숙한 이들이다. 학교도, 프로도 생존싸움이었다. 군 입대도 좁은 문을 뚫어야 했다. 지쳐 보였다.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축구도 결국 행복하려고 하는 것인데, 성적에만 얽매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봤다. “우리 행복하게 축구하자. 한 번 신나게 놀자!” 그가 선수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그렇게 상무의 ‘행복축구’가 시작됐다. 결과가 아닌 과정, 성과 대신 발전에 주목했다. 그러자 결실이 따라왔다. 프로의 핵심인 돈과 명예, 생존이란 굴레를 벗어던진 선수들은 요즘 몹시 즐겁다. 단조로운 군 생활에서 큰 의미를 찾아서다.

상무는 아직 배가 고프다. “요즘처럼 경기가 기다려질 때가 없었다. 이번에는 누가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너무 기대된다. 직접 뛰는 선수들은 더 그럴 거다. 난 이곳에서 선수 본인이 몰랐던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도우면 된다”는 김 감독과 상무의 다음 상대는 18일 홈에서 만날 대구다.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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