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구창모-NC 루친스키-키움 요키시-롯데 스트레일리(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2020시즌 KBO리그가 24일 기준 전체 일정(720경기)의 62%(444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평균자책점(ERA) 부문 타이틀 경쟁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구창모(23), 드류 루친스키(32·이상 NC 다이노스)를 비롯한 에릭 요키시(31·키움 히어로즈), 댄 스트레일리(32·롯데 자이언츠)의 4파전 구도가 흔들리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긴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찾아온 폭염으로 인해 꾸준함을 유지하던 투수들의 ERA가 치솟은 것이 원인이다. 7월 24일 기준 1.99였던 루친스키의 ERA는 한 달만인 24일 수원 KT 위즈전(5이닝 7실점)이 끝난 뒤 3.22까지 치솟았다. 최근 5경기 중 승리를 챙기지 못한 3경기에서 ERA 12.00(15이닝 20자책점)으로 무너진 탓이다. 한때 2위였던 ERA 부문 순위도 6위로 하락했다.
이 부문 톱5를 지키고 있는 투수들의 8월 성적을 살펴보면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7월 31일까지 1.95였던 스트레일리의 ERA는 현재 2.31(3위)이다. 8월 4경기에서 3.91(23이닝 10자책점)의 ERA를 기록하며 기존의 성적을 까먹은 것이 아쉽다. ERA 부문 4위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도 6일 기준 2.32였던 성적이 2.85까지 치솟았다. 8월 4경기 ERA도 4.44(26.1이닝 13자책점)로 그동안의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설상가상으로 24일에는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투톱’ 구창모와 요키시도 변수를 지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1.55의 ERA로 이 부문에서 압도적 선두인 구창모는 7월 27일부터 왼팔 전완부 통증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87이닝을 소화한 구창모는 NC가 2경기를 더 치르면 규정이닝 미달로 ERA 부문 순위에서 사라진다. ERA 부문 타이틀은 시즌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워야만 따라온다. 경쟁자들과 견줘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터라 ERA 변동 폭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물론 정상 컨디션으로 복귀해 이탈 전과 같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ERA 부문 2위(2.09) 요키시도 8일 고척 LG 트윈스전 이후 12일만의 등판이었던 20일 고척 LG전에서 6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으나, 23일 캐치볼 도중 어깨 통증으로 다시 1군에서 빠졌다. 112이닝을 소화한 상황이라 남은 시즌 규정이닝을 채우기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부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시즌 막판 ERA 부문 순위가 요동쳤다. 8월까지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2.12)~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2.32)~KIA 양현종(2.40)~SK 김광현(2.54)의 순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양현종(2.29)이 웃었고, 린드블럼(2.50)과 김광현(2.51)이 2·3위였다. ERA 타이틀 경쟁구도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올해는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구일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