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추강대엽’ 모두 K! NC 임창민, 평균으로 쌓은 역사 그리고 미래

입력 2021-05-10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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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강대엽’. 추신수(39·SSG 랜더스), 강정호(34), 이대호(39·롯데 자이언츠), 이승엽(45)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딴 조어다. 한국야구 최고의 타자가 누군지의 여부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KBO리그보다 더 큰 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둔 이 4명은 대개 포함될 터. 다만 KBO리그를 누빈 시기가 다르기에 이들을 모두 상대한 투수도 그리 많지 않다. 추신수가 올해 SSG 유니폼을 입으면서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임창민(36·NC 다이노스)은 추강대엽을 상대로 모두 삼진을 뽑은 최초의 투수다.

“국 떠주시는 게 신기했던 선배인데…”
임창민은 4월 13일 인천 SSG전 6회말 추신수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볼카운트 1B-2S서 속구를 꽂아 넣으며 만들어낸 결과. 이로써 임창민은 최초로 추신수, 강정호, 이대호, 이승엽을 모두 삼진 처리한 투수가 됐다. 통산 성적도 모두 준수하다. 이승엽은 11타수 1안타 3삼진, 이대호는 7타수 1안타 2삼진으로 묶었다. 강정호 역시 5타수 1안타 1삼진, 추신수도 2타수 무안타 2삼진이다. 기록을 전해 듣자 임창민도 “내가 정말 최초인가”라고 여러 차례 반문할 정도였으니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성취였다.

임창민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떠올렸다. 당시 대체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에게는 여전히 선명한 기억이다.

“사우나를 가면 이대호 선배와 박병호가 있었고, 김현수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선동열 감독님이 이런저런 지도를 해주시고, 송진우 코치님과 수다를 떨었다. 지금 생각해도 꿈같은 이야기다. 이대호 선배는 식당에서 내게 국을 떠주셨다. ‘텔레비전으로 보던 영웅이 나한테 국을 떠줘?’라는 생각에 정말 신기했다. 추강대엽 네 명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다. 반대로 그들의 눈에 내가 대단한 투수이겠나. 난 강점이 별로 없는 투수다. 속구, 슬라이더, 포크볼 모두 평균 수준이다. 다만 제구만큼은 자신이 있다. 슬라이더는 바깥쪽 몸쪽 모두 던질 수 있고, 포크볼도 스트라이크와 유인구 모두 가능하다. ‘보험’이 많은 선수라 이게 안 돼도 다른 걸 쓸 수 있다. 그 유연함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3년 이상 못 버티면 억울하죠”


스스로를 낮췄지만 임창민도 어엿한 KBO리그 대표 불펜투수 중 한 명이다. 히어로즈에선 빛을 보지 못했지만 NC 이적 후 완전히 만개했다. 통산 371경기에서 25승25패94세이브37홀드, 평균자책점(ERA) 3.83이라는 성적은 임창민이 오래도록 꾸준히 버텼다는 증거다.

강점은 ‘연구’다. 숙소에서 각종 기록을 찾아보며 트렌드를 읽고, 이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NC 관계자들도 임창민을 두고 “위기관리, 강심장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진짜 매력은 철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야구를 하나의 ‘학문’으로 보며 연구하는 베이스에 땀이 더해졌다.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낮추던 임창민도 36세 베테랑으로서 미래를 얘기할 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몸 관리에 대한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술, 담배 안 하는 건 물론 수면시간까지 체크하면서 잔다. 탄수화물도 조절한다”고 강조했다.

불펜투수의 롱런이 힘들다는 대명제에 에이징 커브 등 이론이 더해지면 지금의 임창민은 불가사의한 존재다. 그러나 임창민은 “적어도 3년은 더 자신 있다. 만약 그만큼 못 버티면 억울할 정도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141.6㎞. 올 시즌 임창민의 속구 평균 구속이다. 스스로의 표현처럼 평균 수준이다. 다른 지표들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런 평균의 합, 그 위에 흘린 땀이 어느새 100세이브도 가능한 베테랑 투수를 만들었다. NC 불펜에 어떤 새 얼굴이 등장해도 임창민은 ‘노송(老松)’처럼 언제나 버텼으며, 버틸 것이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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