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펜터(왼쪽),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후반기 들어 0점대 ERA를 유지하고 있는 두 선발투수가 있다. 한화 이글스 라이언 카펜터(31)와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6)이다. 전반기와 비교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소속팀을 넘어 리그 대표 에이스로 탈바꿈한 이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경이적 수준이다. 단순히 ERA뿐이 아니라 세부지표에서도 이들의 위력은 드러난다.
‘K머신’으로 변신한 카펜터
카펜터는 후반기 4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만을 거뒀지만, ERA는 0.36(25이닝 1자책점)에 불과하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3회,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2회로 안정감을 뽐냈다. 피안타율(0.191)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2)도 수준급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6.17의 삼진(37개)/볼넷(6개) 비율이다. 전반기의 2.09(92삼진·44볼넷)와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특히 최근 3경기(20이닝)에선 총 31개(20이닝)의 삼진을 잡았다.
전반기 16경기에선 4승8패, ERA 3.71의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QS가 5차례에 그쳤지만, 후반기 들어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갖추며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시즌 ERA도 2.98까지 끌어내렸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전반기에는 카펜터가 경기를 치를수록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타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던 측면이 있었다”며 “요즘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투구하면서 최대한 투수가 유리한 카운트로 승부를 끌고 간다”고 설명했다.
효율성까지 장착한 박세웅
박세웅도 카펜터 못지않게 안정적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후반기 3경기에서 3승, ERA 0.86을 올렸다. 3경기에서 모두 QS를 작성했고, 2경기는 QS+로 장식했다. 삼진(15개)/볼넷(6개) 비율은 2.5에 불과하지만, 효율적으로 맞혀 잡는 피칭을 앞세워 0.114의 피안타율과 0.67의 WHIP를 써냈다. 특히 이 기간 이닝당 투구수가 13.6개로 10개 구단 투수들 중 가장 적었다. 전반기의 16.4개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반기 15경기에서도 9차례의 QS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5이닝 이전 조기강판된 3경기의 대량실점 탓에 ERA는 4.29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2020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유증이 후반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스스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며 토종 선발투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롯데가 중위권 진입을 넘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박세웅의 역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순위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전반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의 카펜터와 박세웅을 상대할 타자들은 머리가 아파졌다. 이들을 분석하기 위한 각 구단 전력분석팀의 손도 한층 바빠질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