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의 새 역사냐, 인터 밀란의 관록이냐…‘별들의 전쟁’ UCL 이스탄불 파이널 [사커토픽]

입력 2023-06-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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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UEFA 챔피언스리그 SNS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파이널은 매년 5월 말~6월 초 펼쳐지는 지상 최고의 축구축제다. 올해는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와 인터 밀란(이탈리아)이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어느 팀이 ‘빅이어’를 들어올리든지 통산 68번째 결승은 오래도록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첫 우승 VS 4번째 우승’ 도전

맨체스터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만수르가 인수한 뒤 오일달러의 힘을 과시했다. 많은 스타들을 쓸어 담으며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2022~2023시즌에도 아스널의 강한 도전을 뿌리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연패 및 통산 9회 우승을 달성했고, 4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A컵 결승에선 연고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돌렸다. 그런 맨체스터시티가 갖지 못한 것이 UCL 우승이다. 첼시에 무너진 2020~2021시즌 준우승이 최고 성과다. 1894년 창단한 맨체스터시티의 유일한 유럽 타이틀은 1969~1970시즌 컵위너스컵이다.

인터 밀란은 다르다. UCL을 3차례(1963~1964·1964~1965·2009~2010시즌)나 제패했다. 유로파리그 우승도 3회(1990~1991·1993~1994·1997~1998시즌)다.

올 시즌 UCL에선 맨체스터시티가 좀더 돋보였다.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12경기에서 무패행진(7승5무)을 벌이며 31득점·5실점을 기록했다. 10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친 엘링 홀란과 ‘특급 도우미’ 케빈 데브라위너를 앞세워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무너트렸다. 인터 밀란은 7승3무2패, 19득점·10실점이었다. 특출한 골잡이는 없어도 에딘 제코(4골)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3골)가 부담을 나누며 팀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맨체스터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왼쪽), 인터 밀란 시모네 인차기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인자 거부하는 명장들의 운명은?

벤치 열전도 흥미진진하다. 맨체스터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스페인)은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2차례(2008~2009·2010~2011시즌) UCL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시티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계약을 2년 연장한 배경에도 유럽 타이틀이 있었다. “우리는 얻을 것이 많다. 더 많은 트로피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다진 그는 FA컵 우승 직후 “이제는 트레블(3관왕) 가능성을 언급해도 될 것 같다. 충분히 멋진 시즌이었으나 UCL 트로피가 없다면 아쉬울 것 같다”며 야망을 드러냈다.

2021년부터 인터 밀란을 이끈 시모네 인차기 감독(이탈리아)은 선수시절부터 늘 2인자에 가까웠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고 많은 우승을 경험했음에도 대개는 형 필리포의 그늘에 가렸다. 지도자로 코파 이탈리아를 2차례 제패했으나 다른 대회에선 뚜렷한 결실을 얻지 못했다. UCL 트로피는 오랜 설움을 씻을 절호의 기회다.


●진짜 전쟁은 티켓 쟁탈전?

팬들도 전쟁에 나섰다. 결승 대진이 완성된 직후부터다. 입장권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장외경쟁이었다.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의 공식 수용인원은 7만2000여 명이지만, 일반 판매는 4만7200여 장에 불과하다. UEFA와 튀르키예축구협회가 나머지 티켓을 대회 스폰서 및 마케팅 파트너, 각국 협회 VIP 초대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맨체스터시티와 인터 밀란에는 각각 1만9926장이 전달됐다. 시즌티켓 보유자들이 구단으로부터 코드를 받아 입력한 뒤 UEFA의 추첨을 받는다. 지극히 낮은 당첨 확률 때문에 양 팀 팬들의 불만이 대단해도 고작 7200여장이 할당된 일반 팬들보다는 사정이 낫다. 심지어 일반 판매는 결승 대진이 정해지기도 전인 4월 말 일찌감치 신청이 마감됐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뛰어넘는 상황에서 웃돈 거래는 불가피하다. UEFA는 구역별 좌석을 690유로(약 96만원)~490유로(약 68만 원)~180유로(약 25만 원)~70유로(약 10만 원)에 판매했지만, 티켓 대행업체에선 최소 2000유로(약 278만 원)부터 거래 중이다. 일단 이스탄불로 건너간 뒤 암표를 구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자 맨체스터와 밀라노에 기반을 둔 여행사들은 경기 티켓이 제외된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나섰다.

사진출처 | UEFA 챔피언스리그 SNS



●18년만의 2번째 이스탄불 축제

이스탄불에서 통산 2번째인 UCL 파이널은 UEFA 최고등급(4성)으로 인증 받은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중국과 경쟁한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2002년 7월 완공된 이곳에선 이미 UCL 결승이 치러진 바 있다. 리버풀(잉글랜드)이 전반전을 0-3으로 뒤지다 후반전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로 우승한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 때다.

사실 좀더 빨리 파이널을 다시 열 수 있었다. 2020년 개최지로 결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 잇달아 개최권을 내줬다. 튀르키예로선 2월 대지진과 경제 폭락의 여파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알릴 기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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