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 N 대표 변연배 “한계 넘는 마라톤…삶이 달라집니다” [셀럽들의 7330]

입력 2023-06-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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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못지않은 근육질 몸매를 지닌 변연배 딜리버리 N대표가 자신이 수련한 무술 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딜리버리 N 대표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변연배

남 탓하지 않는 자기주도적인 삶 얻어
오랜시간 갈고닦은 무술이 자신감 원천
교수·와인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
인재관리 모든것 다룬 ‘The HR’ 출간도
IBM, 나이키, 모토로라, DHL, 쿠팡, 직접 설립한 HR 전문 컨설팅 기업 HI솔루션의 대표를 거쳐 현재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 계열사 딜리버리 N의 대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전 세계 115개국을 돌아다니며 HR(인적자원관리) 관련 업무만 30년 넘게 해 온 ‘사람관리’의 달인.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람.

그는 수십 년 간 육체를 단련해 온 전문 보디빌더이자 40회 가까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토너이며 태권도, 유도, 권투, 합기도에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특공무술 시스테마, 크라브마가까지 호기심을 뻗친 무도인이다. 서래마을의 명물 와인바 ‘피노’를 취미로 13년이나 운영한 와인 전문가, 칼럼니스트이면서 사진작가. 여기에 경영학 박사, 교수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르네상스인이자 예체능을 완벽히 조합해 자기화한 사람. 더 설명이 필요한가.

이 사람은, 진짜다.


●이소룡 키드, 마라토너가 되다

변연배 딜리버리 N 대표의 이야기는 태권도, 유도, 권투, 합기도 같은 각종 무술, 보디빌딩, 마라톤 등 그가 경험한 운동과 스포츠로 시작해 와인을 지나 최근 쓴 책으로 끝이 났다.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였지만 소설, 영화보다 신나고 재미있었다.

“어려서 태권도를 배웠죠(공인 3단이다). 이후 영화 ‘정무문’을 보고 이소룡에 꽂혀서 ….”

변 대표는 여전히 이소룡의 팬이다. 그가 남긴 다섯 편의 영화는 수십 번을 돌려 봤고, 이제는 플레이어조차 구할 수 없는 비디오테이프까지 소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소룡 키드로 거듭난 변연배 소년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시골 뒷산에 올라가 소나무에 새끼줄을 감아 놓고 최배달처럼 주먹과 발차기, 박치기를 수련했다. 덕분에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를 건드리는 간 큰 녀석들은 없었다고.

“요즘 세상에 무술 배웠다고 실전에서 써먹을 일은 없지만 중요한 건 스스로의 자신감이죠. 물리적으로 싸우지는 않지만 적어도 심리적으로 비겁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상대에게 전달되기도 합니다.”

무술 수련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면, 마라톤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해 나가는 방법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변 대표가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다국적 기업인 나이키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그가 처음 출전한 마라톤 풀코스 대회는 1996년 동아일보 주최로 열린 경주 국제마라톤이었다. 당시 기록은 3시간 44분 44초로 아마추어 중에서 88위. 이후 꾸준히 훈련과 대회출전 경험을 통해 25분을 줄여 3시간 18분대의 최고기록을 갖고 있다. “올림픽 나갈 것도 아니니 요즘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달리고 있다”며 웃었다.


●남성잡지 표지모델 장식한 ‘명품몸매’

변 대표는 체육,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 문화 분야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보디빌딩을 통해 근육질의 ‘명품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광고, 패션모델로 활동했으며 유명 남성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던 시절에는 제자가 감독을 맡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꽤 히트했다고 한다.

모델에 배우 경험까지 섭렵한 변 대표는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감각으로도 유명하다. 미용실 원장의 권유로 30대 후반부터 견지해 오고 있는 흰 앞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모토로라 재직 시절,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름철 반바지 출근을 도입하는 한편 남자직원들을 위한 6쪽짜리 ‘반바지 멋지게 입는 법’ 가이드를 만들어 전파(?)하기도 했다.

15년째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사진작가이자 4년 넘게 매체에 와인과 관련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와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풍선’ 등의 히트곡을 터뜨리며 198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 ‘다섯손가락’의 멤버 이두헌과는 30년지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서래마을에서 음악과 와인을 사랑하는 이들의 아지트로 유명했던 피노(Pino)라는 와인바를 운영하기도 했다. 가수 유열도 이곳에서 자주 만난 친구였다고.

변연배 대표의 신간 ‘The HR’



●원칙과 타협 사이 ‘But If Not’

변 대표는 “지금까지의 삶이 ‘100마력 엔진’이었다면, 이제 남은 삶은 ‘80마력 엔진+알파’로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엔진의 ‘성능’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앞으로는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는 성능 외적인 부분들, 즉 ‘알파’도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2년 정도 운전을 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는데, 운동을 위해 일부러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이런 부분을 ‘알파’로 더 늘리고 싶다”라고 했다.

변 대표는 최근 ‘The HR’을 출간했다. 그가 국내외 HR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터득한 생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담은 책이다. 조직문화, 인사제도, 인재관리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제목은 ‘HR의 원칙과 타협 사이’이다. 이 장에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포위망에 갇혀 40만의 연합군이 전멸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영국 해군 장교가 본국에 보낸 구조 요청의 사례가 실려 있다. But If Not(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구약성서 다니엘서 3장 18절에 나오는 단 세 단어였다. 이 역사적인 철수작전은 오늘날 영화로도 만들어진 덩케르크의 기적이었다. 이 일화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변 대표가 마라톤으로부터 배운 삶의 원칙이기도 하다. 직장인으로서 그가 쌓아 올린 성과와 운동은 모두 이 타협할 수 없는 원칙, 그리고 자기주도적인 삶으로 귀결된다.

변 대표는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스스로의 한계를 확장해 나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아마 누군가가 나에게 마라톤을 하라고 했다면 진즉에 흥미를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자기주도’는 변 대표가 쓸 다음 책의 아이템이자 CEO로서 경영 철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뛰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은 ‘세상에 못할 게 없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달리는 사람은 남 탓을 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자기주도적이 됩니다. 여러분도 한번 자신이 주도하는 세상을 살아보고 싶지 않으세요? 뛰세요. 세상이, 삶이 달라집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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