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다이어리] “나 없어도 잘해야 돼” 가슴 먹먹한 엔트리 탈락 슬픔 딛고 오승환 몫까지 뛴 삼성

입력 2024-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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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세울 당시 삼성 오승환(가운데)과 한 손에 기념 케이크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구자욱(왼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7월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세울 당시 삼성 오승환(가운데)과 한 손에 기념 케이크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구자욱(왼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끝판대장’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은 올해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후반기 구위 저하가 원인이다. 실제 성적 또한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8.40, 이닝당 출루허용(WHIP) 2.27에 그쳤다. 포스트시즌(PS)을 치르기에는 구위가 저조하다고 판단한 삼성은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오승환은 지난달 23일 엔트리 말소 이후 끝내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나 없어도 잘해야 돼”

오승환은 2010년대 초반 ‘삼성왕조’를 상징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현재 PO 엔트리에 든 선수 중 왕조를 경험한 선수도 구자욱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TV를 통해 그를 보고 큰 ‘오승환 키즈’다. 2020년 1차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투수 황동재는 “초등학교 4, 5학년 때 시민구장에 직접 가 왕조 시절 우리 팀을 봤다. 그때 (오)승환 선배는 잊을 수 없다. 공을 건드리는 타자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모두 마음만큼은 오승환과 함께 뛰겠다는 의지다. 오승환이 단순하게 팀 동료 이상으로 큰 존재여서 더욱 그렇다. 황동재는 “선배님이 없어서 슬프다.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얼마 전 퓨처스(2군)팀에 갔을 때 선배님이 ‘나 없어도 잘하라’고 해 울 뻔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은 선배님이 무뚝뚝해 보인다고 하지만, 정말 따뜻한 분”이라며 “선배님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을 대신해 투수조를 이끄는 베테랑 송은범도 “승환이 형과 함께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삼성 황동재, 송은범, 김윤수(왼쪽부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황동재, 송은범, 김윤수(왼쪽부터).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투수와 야수 모두 같은 생각이에요”

삼성 선수들은 오승환의 몫까지 뛰고자 한다. 더욱이 마운드에선 오승환에 이어 최지광(오른 팔꿈치 인대 손상), 백정현(오른손 엄지 미세골절), 코너 시볼드(오른 어깨뼈 통증) 등 부상자까지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에 최고 시속 155㎞짜리 직구를 뿌리는 불펜투수 김윤수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윤수는 PO 1·2차전 모두 등판해 잇달아 홀드를 수확했다. 그는 “아직 내게 80점 정도밖에 못 주겠다”며 “더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투타를 불문하고 서로를 돕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를 바탕으로 1·2차전에서 LG를 완파했다. 1차전에서 3안타를 때린 외야수 윤정빈은 ‘오승환이 PO 엔트리에 들지 못했는데, 또 다른 악재까지 겹쳐 야수진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겠다’는 말에 “투수와 야수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투수들이 잘 막아주는 만큼 야수들이 잘 잡고 잘 쳐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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