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필드투어 13차 대회에서 우승한 피승현(왼쪽)에게 오종만 경기위원장이 트로피와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 | 리앤브라더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위로받고 희망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국가대표 출신 피승현(20·대보건설)은 올해 우여곡절이 많은 시즌을 보냈다. 생애 세 번째 국가대표로 뽑히며 희망차게 출발했지만 갑자기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오며 모든 것이 꼬였다. 지난 8월 국가대표 특전(준회원)을 받아 프로에 데뷔한 뒤 들쭉날쭉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투어프로(정회원) 자격획득에 실패했다. KPGA투어 QT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막혔고, 이달 초 챌린지투어 20회 예선을 끝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이 일찍 끝나면서 상실감에 빠진 그는 미니투어를 다시 찾았다. 지난 20일 군산컨트리클럽 김제·정읍코스(파70)에서 열린 드림필드투어 13차 대회에 출전해 6언더파 64타로 정상에 올랐다. 아쉬움이 많았던 한 시즌을 마감하며 재도약을 위한 희망을 발견하고 의욕을 다지는 뜻깊은 우승이었다.
●스무살, 세 번째 태극마크
가온초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피승현은 중학생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꼽혔다. 광탄중 3학년이던 지난 2019년 최연소(15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뽑혀 GS칼텍스매경오픈 1라운드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이듬해 드라이버 입스를 겪으며 주춤했지만 2022년 다시 국가대표가 됐고, 2023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올해 세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8월 전국대학골프대회에서 우승했고, KPGA투어 군산CC오픈에 출전해 공동 30위를 기록했다.
●8월의 악몽, 65타→81타
지난 8월 22일 군산CC 부안·남원코스(파72)에서 열린 챌린지투어 14회 대회 본선 2라운드. 전날 7언더파 65타로 공동 2위에 오르며 우승을 노리던 피승현의 이름이 갑자기 리더보드 상단에서 사라졌다. 이틀 전 13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샷감을 이어가던 그가 10번 홀(파5)에서 티샷 난조를 보이며 무너졌다. 홀아웃하는데 무려 13타가 필요했고, 결국 9오버파 81타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중고생 시절 국가대표로 큰 대회 경험을 많이 해 멘탈이 강한 편이었지만 그날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연거푸 챌린지투어 예선통과에 실패하면서 어렵지 않게 딸 것으로 기대했던 투어프로 특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드림필드투어 13차 대회 수상자들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리앤브라더스
●3년 만에 다시 찾은 미니투어, 위로와 희망을 주다
피승현은 드림필드투어와 인연이 깊다. 최연소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20년 드라이버 입스로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차에 2021년 초 우연히 출전한 미니투어에서 우승하면서 드라이버 입스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해 아마추어 부문 4승을 거두며 자신감을 회복한 뒤 이듬해 당당하게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피승현은 “오랜만에 출전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고향같이 마음이 편했다”며 “올 한해 드라이브샷 난조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깔끔하게 시즌 마무리를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