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행. 스포츠동아 DB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조수행(31)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에 지명받은 기대주였다. 본인은 물론 팀도 빠른 발, 정확한 타격, 넓은 수비범위를 두루 갖춘 외야수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랬던 그가 KBO리그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알리기까지는 무려 8년이 걸렸다. 올 시즌 130경기에 출전해 홈런 없이 타율 0.265, 30타점, 64도루를 기록했다. 도루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시작해 수년간의 백업 생활을 거쳐 마침내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스스로도 “백업 생활이 많이 길었다”고 돌아봤다.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입단 당시 두산 외야는 쟁쟁했다. 좌익수 김재환, 중견수 정수빈이 확실히 중심을 잡고 있었고, 박건우와 민병헌이 번갈아 우익수를 맡았다. 4명 모두 공격력이 출중해 조수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친 뒤에도 입지를 굳히기 어려웠다. 정수빈이 지금은 해체된 경찰야구단(경찰청·2017~2018년)에서 복무하는 동안 그 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우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주축으로 도약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수비 이닝도 박건우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2022년이 돼서야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능력치를 입증하고도 백업으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조수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KBO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은 직후에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백업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특히 과거에 힘들었던 시간이 많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스피드와 주루 센스는 확실히 인정받았다. 그는 “경기에 많이 나갈수록 주루 센스가 느는 게 느껴진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적극적으로 뛰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도루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느려지지 않도록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수비 안정감을 키우고, 타격 정확도 역시 높여야 한다.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명확하게 깨닫고 있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조수행은 “올해는 상을 받았지만, 다시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뿐이다. 마지막 경기 때 손을 다쳐서 재활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됐다. 빨리 나아서 내년에는 타격까지 더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