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인터뷰] 2인자를 거부한 현대캐피탈 영웅 허수봉, “항상 갈망했고 도전자로 싸우며 마침내 쟁취한 정상…우린 멈추지 않아”

현대캐피탈 간판 공격수 허수봉이 V리그 챔프전을 앞두고 스포츠동아와 천안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포즈를 취했다. 천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배구 간판스타 허수봉(27)은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에 창단 첫 트레블(3관왕)을 안긴 일등공신이다.

현대캐피탈은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의 2번째 통합우승, 5번째 챔프전 우승에 성공했다. 비시즌 컵대회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한 현대캐피탈은 V리그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고, 챔프전 3연승으로 완벽한 시즌을 장식했다.

외국인 주포 레오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허수봉도 대단했다.
2016~2017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 몸담은 그는 주장을 맡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35경기(126세트)에서 574점으로 대권 레이스를 이끌고, 챔프전은 3경기(12세트)를 뛰며 56점을 뽑아 팀의 정상 등극을 견인했다.

챔프전을 앞두고 천안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우승을 갈망한다. 도전자로 싸우며 여기까지 왔다”고 우승 의지를 불태운 허수봉은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엔 “마침내 정상에 섰다. 오늘의 영광에 취하지 않겠다. 우린 멈추지 않고 또 도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주장으로 우승했다.
“이전엔 내 할 일만 하면 됐다. 이번 시즌은 팀원들까지 챙겨야 했다. 후배들이 가라앉아 있으면 묻고 도왔다. 크게 어렵진 않았다. 동료, 선후배들이 완벽한 팀이니까. 필립 블랑 감독도 미팅, 훈련 등 공식일과 이외엔 일절 간섭이 없었다.”

-두 시즌 만에 같은 상대와 다시 챔프전에서 싸웠다.
“지난해 3연패 준우승이었다. 마지막에 지는 건 정말 아프더라. 이번엔 달랐다. 도전자였어도 리그 1위로 임했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싸웠다.”

현대캐피탈 주장 허수봉(오른쪽)이 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V리그 남자부 챔프전 3차전에서 승리, 통합우승에 성공한 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한 ‘맏형’ 문성민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허수봉은 틈날 때마다 2017~2018, 2022~2023시즌 챔프전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빠른 정규리그 1위 확정으로 여유롭게 챔프전을 대비했지만 부담도 컸다. “기억하는 건 챔프전 우승이다. 아팠던 모든 순간을 가슴에 담아뒀다. 정말 간절히 뛰었다.”

-대한항공이라 더 긴장했을 것 같은데.
“통합 4연패, 경이롭지 않나? 멤버도 짜임새도 완벽하다. 쉬운 경기를 한 적이 없다. 대한항공의 연속 우승에 우리도 희생양이 됐다. 화도 났고 분했고 부러웠다. 복잡한 감정을 떨치고 싶었다.”



팀원들을 품은 허수봉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 문성민(39)에 기댔다. 동작 하나까지 따라한 그는 최고 공격수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전 주장 문성민을 떠올리며 팀을 뭉치게 했다. 허수봉은 “형의 모든 걸 배웠다. 말과 행동 모두 흡수했다. 그저 고맙다”고 했다.

-V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이 욕심이 나지 않나?
“레오도 아주 잘하지 않았나. 누가 받든 잔칫집일 것 같다. 난 부족하다. 리시브 수비 모든 부분에서 성장해야 한다. 형들도 ‘안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매 시즌 조금씩 자랐고 느낀 바도 많다. 더 채우고 발전에 목마른 선수가 되려 한다. 훗날 날 기억한 이들이 ‘한 시대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하도록 정진하겠다.”


천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