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개인 첫 MVP 수상이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허수봉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V리그 어워즈에서 남자부 MVP 수상자에 선정됐다. 한국배구연맹(KOVO) 기자단 투표(총 투표수 31표)에서 13표를 획득해 팀 동료 레오(쿠바·12표)를 단 1표 차이로 따돌렸다.
허수봉에게 이번이 개인 첫 MVP 수상이라 의미가 깊다. 지난 시즌까지 팀 사정상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미들블로커(센터)를 오갔지만, 이번 시즌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 체제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고정해 출전하면서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비시즌 경남 통영에서 벌어진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현대캐피탈의 11년 만의 우승에 앞장섰다.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팀을 각각 7시즌과 6시즌 만의 정상으로 이끌며 MVP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남자부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도 2시즌 연속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으로 장식했다.
개인 성적도 좋았다. 허수봉은 득점(574점·4위), 공격 성공률(54.13%), 세트당 서브(0.349개·이상 3위) 모두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리시브(효율 30.11%·15위) 역시 준수했다. 정규리그 6라운드 중 1, 2라운드에서 라운드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허수봉은 “개인 첫 MVP 수상이다보니 챔프전보다 더 긴장된다. 한 시즌 최고의 선수를 뽑는 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주변에서 MVP 후보로 거론해주신 분들이 많아 내심 수상을 기대했다. 매 시즌 성장하는 모습으로 ‘허수봉 시대’를 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왼쪽)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개인 첫 MVP 수상이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수상의 원동력은 주장 완장과 성장이었다. 이번 시즌 주장 완장을 차면서 큰 책임감을 안고 코트에 섰고,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허수봉은 “주장이 되고나니 선수단 모두가 나만 쳐다본다는 생각에 단 하루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블랑 감독님과 영상 분석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덕분에 공격 상황에서 블로킹을 이용하거나, 상대 블로킹에 걸릴 것 같은 상황을 잘 대처하면서 공격 효율이 높아지고 시야도 넓어졌다”며 “돌이켜보니 벌써 프로에서 8시즌을 뛰었다. 데뷔 시즌엔 신인왕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봤다.
팀 동료 레오를 향한 감사함도 빼놓지 않았다. 레오는 전날(13일) 천안에서 허수봉을 만나 ‘너가 MVP를 탈 것’ 이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허수봉은 남자부 MVP 역대 최다(4회) 수상자인 레오와 한 시즌 동안 동고동락하며 배운 게 많았다. 레오의 격려가 힘이 됐고, 그의 존재 덕분에 공격 부담도 줄었다. 허수봉은 “레오처럼 위대한 선수와 한 팀에서 뛴 덕분에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레오와 함께 MVP 후보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허수봉은 태극마크와 다음 시즌을 바라본다. 비시즌이 시작됐지만 일찌감치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블랑 감독의 권유로 리시브 훈련 강도 역시 높였다. 지금처럼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해 5월 초 남자배구대표팀 소집에 참가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대표팀에서도 온전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6월 17일(한국시간)부터 열릴 바레인 아시아배구연맹 챌린지컵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허수봉은 “올해는 대표팀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없을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표팀에서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달라진 모습과 결과를 보여드리겠다”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주신 구단 관계자들과 가족, 친척, 팬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