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에서 나온 역대 4차례 ‘팀 노히트노런’ 중 포수 한 명이 기록을 완성한 사례는 박동원이 최초다. 그는 투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부활을 알린 에르난데스의 기를 살려주는 품격을 보여줬다. 스포츠동아 DB
LG 트윈스는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3-0 승)에서 KBO 역대 4번째이자 구단 2번째로 ‘팀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6이닝 1사구 9탈삼진)를 필두로 김진성(1이닝 3탈삼진)~박명근(1이닝 1탈삼진)~장현식(1이닝 2볼넷)이 안타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투수들의 호투가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9이닝을 온전히 책임지며 이들을 리드한 포수 박동원(35)의 공도 상당했다. 또 KBO 역대 4차례 ‘팀 노히트노런’ 가운데 포수 1명이 기록을 완성한 사례는 박동원이 최초라 의미가 크다. 2014년 1호(LG 신정락~유원상~신재웅)와 2022년 2호(SSG 랜더스 윌머 폰트~김택형), 2023년 3호(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구승민~김원중) 기록 모두 2명의 포수가 함께 완성했다. LG 최경철~현재윤, SSG 이재원~이흥련, 롯데 손성빈~정보근이다.
박동원 역시 4명의 투수들과 더불어 ‘팀 노히트노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조명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경기 후 연신 싱글벙글 웃던 그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1군 엔트리에 있는 14명의 투수들이 다 같이 도와준 덕분에 기록이 나온 것이다. 투수 파트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애초 박동원이 의식했던 기록은 ‘팀 노히트노런’이 아니었다. 에르난데스의 퍼펙트 게임이었다. 에르난데스는 6회 2사 후 삼성 이재현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락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여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6회를 마친 뒤 우측 허벅지 앞쪽 뭉침 증세로 김진성과 교체됐다.
박동원은 2024시즌까지 LG에서 뛰었던 케이시 켈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켈리는 지난해 6월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다가 9회초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맞아 KBO 최초 기록의 목전에서 돌아선 바 있다. 이때도 박동원은 9회까지 마스크를 쓰고 켈리를 리드했다. 대기록을 앞둔 시점에서 투수가 느끼는 긴장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박동원은 “일단 에르난데스의 퍼펙트 게임은 생각하고 있었다”며 “켈리 때 생각이 나더라. 5회가 지난 뒤에는 정말 긴장되더라. 에르난데스의 허벅지 상태가 안 좋긴 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6이닝 노히터를 기록하기 전까지 앞선 2경기에서 극심한 부진(6이닝 12자책점)에 빠졌던 에르난데스의 기를 살리는 것도 박동원의 몫이었다. 그는 “에르난데스는 원체 구위가 좋지만, 기존에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컸다”며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구종을 던진 것도 아니다. 꾸준히 스트라이크존 주변으로 공이 들어온 부분이 정말 좋았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