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기성용은 최근 포항 이적이 임박했다. K리그엔 그를 비롯해 ‘원클럽맨’ 타이틀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내려놓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축구계에선 ‘원클럽맨’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구단과 선수사이 의견 차가 커진 세태’라고 여긴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에 ‘원클럽맨’이 사라지고 있다. 박경훈 수원 삼성 단장,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상 포항), 고요한 FC서울 18세 이하(U-18) 팀 코치(서울) 등 이적 없이 한 구단에서만 10년 이상 뛴 ‘원클럽맨’들은 축구계의 ‘낭만’을 상징했다.
그러나 최근 포항 이적이 임박한 기성용(서울)을 비롯해 ‘원클럽맨’ 타이틀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내려놓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적 사유는 출전 기회 확보와 연봉 인상 등으로 다양하다. 현역 중 대표적인 ‘원클럽맨’은 최철순(전북 현대),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 우주성(경남FC) 정도다.
축구계에선 K리그에 ‘원클럽맨’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구단과 선수사이 의견 차가 커진 세태’라고 여긴다. 과거보다 구단 수가 많아졌고, 동남아시아와 일본 무대로 이적이 빈번해진 사실이 지목됐다. 선수들이 고려할 선택지가 이전보다는 많아졌다는 뜻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의 A 위원은 “과거 한 구단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팀에 약 10년 동안 재직 중인 ‘원클럽맨’이 있었다. 비시즌동안 이적을 요청하길래 ‘원클럽맨’ 타이틀을 강조했지만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해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원클럽맨’ 타이틀을 달 정도면 팀을 골라갈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선수다. 선택지가 많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원클럽맨’이 사라져가는 이유로 지목됐다. K리그2의 B구단 사무국장은 “과거에 비해 선수들이 ‘벌 수 있을 때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을 느낀다. 한 ‘원클럽맨’은 몇년 전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뒤 팀에 ‘군 복무 기간도 계약기간으로 산정해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달라’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선수인생이 짧다보니 선수들이 ‘구단이 코치직 제의 등으로 내 미래를 책임져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으로 금전적 조건을 우선시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팀에 대한 충성심이 줄어든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고 얘기했다.
‘원클럽맨’이 사라져가는 세태를 선수 권익의 신장 과정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선수 대리인 C씨는 “과거 ‘원클럽맨’ 중 구단에서 이적을 허락하지 않거나, 강제로 은퇴시킨 사례도 많았다. ‘원클럽맨’들이 출전 기회 확보를 위해 구단에 이적과 계약해지 등을 이전보다 당당하게 요구하고, 구단도 이를 선뜻 허락하는 것은 선수 권익이 높아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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