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롤드컵 결승이 열린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9일 롤드컵 결승이 열린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아마도 청두에선 ‘페이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텐데 꼭 가서 봐야죠.” 
8일 중국 청두 춘시루 인근 한 식당 직원이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던 기자 일행에 수줍게 다가와 번역기 앱으로 말을 걸어왔다. “롤드컵을 보러왔냐”며 말문을 연 그는 그렇게 한참을 한국의 프로게이머 ‘페이커’에 대한 진한 애정을 전했다.   

9일 ‘삼국지의 무대’이자 ‘판다의 고향’, ‘마라맛의 본고장’인 중국 쓰촨의 성도 청두가 e스포츠의 열기로 물들었다. LCK(한국) 소속 T1과 kt 롤스터는 9일  청두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다.

중국(LPL) 팀이 빠진 LCK 팀 간 경기였음에도 경기장은 물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도심 광장에 모인 많은 팬들은 ‘K프로게이머’의 플레이에 환호했다. 경기에선 T1이 kt 롤스터를 세트 스코어 3 대 2로 꺾고, LoL e스포츠 15년을 기념해 새롭게 디자인한 ‘소환사의 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도심은 팬 행사로 ‘북적’
‘롤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LoL 팬페스트 카니발’.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롤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LoL 팬페스트 카니발’.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이번 결승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청두의 최대 쇼핑거리 춘시루에는 LoL e스포츠 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춘시루에선 4일부터 ‘롤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LoL 팬페스트 카니발’이 열렸다. 주변 상가 광고판은 물론 특별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선 선수들의 캐릭터로 제작한 영상이 상영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대형 ‘소환사의 컵’ 조형물 전시와 함께 인기 프로팀들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도 운영됐다. 주말을 맞은 8일 인기 프로게임단의 굿즈를 사기 위해선 긴 줄에 서야했다.

이런 열기는 9일 결승전이 열린 동안호 스포츠공원 다목적 체육관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1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현지팬은 물론 응원을 위해 현장을 찾은 한국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에이닷·T우주’,  ‘KT 클라우드’ 등 한국 통신 기업 서비스명이 새겨진 스타 플레이어들의 유니폼을 입고 친구나 연인,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경기장에서 만난 e스포츠팬 리잉(25)씨는 “T1을 청두에서 보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중국의 팬들도 언제나 응원하며 함께 한다”고 말했다. 샤오커(23)씨는 “페이커 선수와 T1이 3연승에 도전하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니 너무 벅차다”고 했다. 지한(25)씨도 “중국 팬들은 언제나 뜨거운 응원과 함성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샨 위(25)씨는 “청두에서 통신사 대전이라니 정말 예상 못했다”고 즐거워했다.

●T1, 3연속 우승으로 보답
사상 처음 롤드컵 3회 연속 및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한 T1.사진제공|T1

사상 처음 롤드컵 3회 연속 및 통산 6회 우승을 달성한 T1.사진제공|T1

선수들은 경기 내용으로 팬들에 보답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e스포츠의 오랜 라이벌 ‘통신사 더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팽팽한 접전이었다. T1은 1세트 역전승을 따냈지만, KT가 2, 3세트를 가져가면서 ‘왕조’를 턱밑까지 위협했다. 하지만 T1은 4세트에서 경기 종반 대규모 싸움에서 승리하며 웃었고, 5세트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내며 정상에 섰다. 결승 MVP는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구마유시’ 이민형이 받았다.

T1은 이번 우승으로 사상 처음 롤드컵 3회 연속 우승(쓰리핏)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6회 우승도 달성했다. 팀의 간판인 ‘페이커’ 이상혁은 이 과정을 모두 함께 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상혁은 “프로 플레이어로서 경기에 집중했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던 거 같다”며 “기록보다는 오늘 경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만족스럽다. 좋은 경기를 해준 kt 롤스터에도 감사함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T1에 축전을 보내 “개개인의 탁월한 능력 뿐만 아니라 팀워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이뤄낸 성과다”며 “수많은 도전 속에서 서로를 믿고 한계를 넘어선 모습은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줬다”고 격려했다.

청두(중국)|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청두(중국)|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