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B 12시즌 직후 호텔 그룹 취업, ‘선구자’ 가와모토 료헤이의 메시지

입력 2020-01-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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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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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모토 료헤이(38)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지바 롯데 마린스~라쿠텐 골든이글스를 거치며 12시즌 동안 포수로 뛰었다.

NPB 통산 성적은(1군 기준) 345경기 타율 0.207, 19홈런, 79타점으로 평범했다. 포수치곤 뛰어난 주력과 장타력을 앞세워 10시즌 이상을 버텼지만, 2016시즌 라쿠텐에서 방출당한 뒤에는 불러주는 팀이 없어 현역 연장의 꿈을 접어야 했다.

좌절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유니폼 대신 정장 차림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6년 12월부터 컴퓨터를 배웠다. 현역 시절에는 컴퓨터를 만질 일이 많지 않았기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엑셀 등의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2017년 1월 지바 롯데 시절 동료였던 2016시즌 퍼시픽리그 타격왕 가쿠나카 가쓰야를 격려하는 행사에 참가했는데, 우연히 일본의 유력 호텔 그룹 간부를 만나 입사 권유까지 받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와모토는 이 호텔 그룹 최초의 프로스포츠 선수 출신 직원이다. 가와모토는 “그룹 사장도 ‘개척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며 “프로 선수 출신은 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야구 관련 업무가 아니다. 선수 시절 경력과는 큰 연관이 없는 호텔 비품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가와모토는 과거의 경험을 곧바로 업무에 투영했다. 선수들은 원정을 떠나면 호텔에 머무는데, 그러다 보니 객실 비품 등에 대해선 그만큼 잘 알고 있다. 가와모토는 이 장점을 살려 빠르게 업무에 적응했다. 예를 들면 “약한 바람으로 오랫동안 머리를 말리는 것은 내게도 스트레스다. 머리가 긴 사람들은 그만큼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헤어드라이어의 개선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룹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개선된 헤어드라이어를 전 객실에 배치했다.

2019년 가을 NPB 소속 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퇴 이후 경력”에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13.5%가 “은퇴 후에는 일반 기업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가와모토는 그 선구자 격이다. 그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불안감이 없을 수 없겠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주위에서 누구든 도울 것이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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