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스포츠동아DB
요즘 흥국생명 이재영은 혹사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혹사를 언급하며 무조건 팀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책임지지 못할 의견에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들이 중심을 못 잡다보니 간혹 부화뇌동하는 경향도 보인다.
박미희 감독도 혹사란 말이 자주 언급되자 “너는 많이 때려도 적게 때려도 감독이 욕을 먹는다”고 이재영에게 솔직하게 얘기한 적도 있다고 했다.
윙 공격수 포지션 특성상 이재영은 상대의 서브를 받아가면서 공격도 가담해야 한다. 보통은 OPP가 주 공격수 역할을 하고 윙 공격수는 OPP의 반대쪽에서 공격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윙 공격수가 워낙 뛰어나면 그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 김연경의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는 이재영
전문가들은 공격보다는 리시브가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고 한다. 허리를 숙여서 혹은 몸을 구르면서 공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모든 팀은 흥국생명을 만나면 이재영에게 서브를 집중한다. 빨리 지치게 하기 위해서다.
기록으로도 쉽게 드러난다. 760~916~867~1052~638개의 서브를 받았다.
이재영의 시즌 공격성공률이 33%대로 낮았던 두 시즌에는 리시브가 916개와 1052개였다. 이번 시즌은 리시브도 많이 받지만 공격성공률은 40%대로 루키 시즌 이후 최고다. 역대급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재영. 스포츠동아DB
● 혹사인가 위대한 기록을 향한 도전인가
중요한 것은 혹사의 기준이다. 몇 개의 리시브를 하면 혹사고 몇 개면 정상인지 누구도 모른다. 팀에서 더 리시브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경기상황에 따라 바꿔주겠지만 현재 V리그에서 이재영보다 서브를 잘 받는 선수는 많지 않다. 결국 팀과 감독은 이기기 위해 계속 그를 쓸 수밖에 없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혹사의 기준이 되는 점유율이 몇 퍼센트인지 정해진 것도 아니다. 그날 선수의 몸 상태와 경기 상황에 따라서 공격횟수는 편차가 크다. 게다가 이재영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선수다. 다음 시즌 최대한 유리한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래서 ‘FA로이드’라는 말도 나왔다. 시즌 뒤 FA시장의 최대어는 누가 뭐래도 이재영이다. 모든 팀과 감독, 선수들이 탐낸다. 그가 움직이면 여자부 순위판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는지도 모른다.
● 세터의 속성과 몰빵 배구의 오해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을 위해서는 이재영이 너무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은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구단도 감독도 이재영도 그 사실을 안다. 이재영이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딱 2가지 “나는 공을 받고 때려야 더 편한 스타일이다” “내가 감독이라도 (이재영을) 그렇게 쓸 것이다”였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