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펠리페. 스포츠동아DB
다음 시즌부터 V리그 남자부에 아시아쿼터 외국인선수가 등장할 전망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이사회에서 확정되기 전에 새로운 결정사항이 가져올 다양한 영향력을 검토해봤으면 좋겠다. 많은 배구 팬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서 새 제도가 어떤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지 고려해봐야 할 때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모았다.
● 남자부 아시아쿼터 도입
그동안 아시아쿼터는 마케팅차원에서 접근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주도로 여자부에서 먼저 얘기가 오갔지만 예상 외로 남자부가 먼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토종선수들의 몸값을 낮춰보겠다는 것. 특급선수들의 연봉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오르는 등 선수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자 구단들은 수입을 통해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또 하나 현재의 선수구성으로는 기존의 판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하위권 팀에서 외부수혈을 통해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뜻도 담겨 있다.
성공여부는 디테일에 달려있다.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데려올지를 놓고는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일단은 자유계약 방식을 선호하지만 정보력과 자금능력이 뛰어난 구단이 우수선수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뒷돈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책을 먼저 마련하라는 의견도 많다.
문제점도 있다.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한 탓에 토종 OPP 선수들의 경쟁력이 점차 줄어드는 마당에 다른 포지션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선수들이 뛸 자리가 하나 더 줄면 배구 꿈나무들도 줄어들 것이 뻔해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법도 필요하다.
KB손해보험 브람. 스포츠동아DB
● 남자부 샐러리캡 현실화
샐러리캡은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가장 치열하게 의견이 오갔다. 구단이 발표한 선수의 몸값을 모두가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샐러리캡 현실화를 해서 왜곡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순기능은 있다. 우수한 선수를 많이 보유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겨냥한 방안이지만 선수몸값을 줄이려고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는 마당에 샐러리캡을 늘리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지는 의문이다.
하위권 팀은 “상위권 팀들이 우수선수를 싹쓸이해가도 규정 탓에 음성적으로 돈을 줄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공식적으로 상한선을 늘리자”고 요구해서 나온 방안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신생팀 창단을 원한다면 차라리 샐러리캡을 없애고 대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자금력과 맨 파워에서 차이가 큰데도 모든 구단이 우승을 노리지 말고 각자의 능력에 맞춰 팀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건강한 리그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모든 구단이 성적에 올인 하다보니 선수들의 몸값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오르는 구조다. 그것보다는 V리그도 머니볼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해봐야 할 때다.
대한항공 비예나. 스포츠동아DB
● 기타 논의된 방안들
단장들은 리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규리그 1위 팀에게 주는 상금(현재 남자 1억원, 여자 7000만원)을 올리는 등 더 많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리그의 순위를 신인드래프트와 외국인선수 선발 등의 기준으로 삼고 챔피언결정전 등 봄 배구는 이벤트경기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KOVO의 반대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서 없던 것으로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