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발리볼] 뒤바뀐 경기구가 남긴 교훈과 새로 밝혀진 사실들

입력 2019-12-17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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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부터 사용한 새 경기구(왼쪽)와 지난 시즌까지 사용했던 경기구. 스포츠동아DB

이번 시즌부터 사용한 새 경기구(왼쪽)와 지난 시즌까지 사용했던 경기구. 스포츠동아DB

최근 V리그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경기구 문제가 마무리단계다. 6일 OK저축은행-대한항공 3라운드 때 지난 시즌 경기구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사용해 문제가 된 뒤 10일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한국배구연맹(KOVO)과 경기구 제공업체 스타는 각 경기장의 보관된 공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스타 측 관계자와 KOVO는 10일부터 시작해 17일 화성, 의정부 18일 김천을 끝으로 모든 경기장에 남아 있는 경기구를 철저히 조사 중이다.

이들에 따르면 시즌 전에 각 경기장에 지급된 350개의 공 가운데 이미 사용된 공을 제외한 모든 공을 검사한 결과 문제가 됐던 안산 실내체육관의 공 외에는 모두 새로운 공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관계자들은 또 모든 공의 무게와 크기 등을 재점검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공도 가려냈다. 무게 하한선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오해의 소지도 사전에 없앴다.


●새 경기구는 무엇이 달라졌나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이 정한 공인구의 규격은 무게 260~280g, 사이즈 65~67cm, 1m 높이에서 바닥에 튀겼을 때 다시 올라오는 높이(리바운드)는 60~66cm 이내다. 스타는 무게 264~268g, 사이즈 65.4~65.6cm, 리바운드 63~64cm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M사의 제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검사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드러났다. 스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 경기구를 공급했지만 사실상 이 공은 신제품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V리그가 사용했던 공은 제품명 그랜드챔피언(VB225-34)이었다. 스타는 탄력성을 더 높여달라는 KOVO의 요청을 받고 공 내부 고무의 재질만 바꿨다. 배구공은 공기가 들어가는 중심의 브레더층과 이를 감싸는 실 와인딩층과 고무 도포층, 공의 표면이 되는 원단층 등 4부분으로 나뉜다.

스타 측은 이 가운데 브레더 층과 고무 도포층의 고무를 “더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성이 좋은 재질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 것을 제외하고 바뀐 부분은 표면 문양 가운데 붉은색이 조금 더 짙어진 것이 전부였다. 사실상 같은 제품이었다. 그래서 공의 제품명도 같았고 FIVB나 대한배구협회에 새로 공인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같은 그랜드챔피언(VB225-34)으로 경기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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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징계 속에서 얻은 귀중한 교훈들

이런 상황이라 심판과 경기감독관이 지난 시즌 사용구와 이번 시즌 사용구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루틴체크를 하지 않고 경기진행을 세련되게 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공을 구분하지 못해서 내린 징계라면 관련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만일 스타가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공의 표면에 에디션 등의 표시를 해서 구분이 쉽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더라면 누구나 쉽게 알았겠지만 아쉽게도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타는 새 공에 새 시즌용 도장을 모두 찍었다. 앞으로도 시즌이 바뀌거나 사용구가 달라질 경우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사건으로 모두가 배웠다. 그런 면에서 비싼 교훈을 하나 얻은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공의 유통과정이다. 중요한 경기구가 KOVO의 사전체크 없이 직접 각 경기장으로 배달됐다. 많은 공을 보관해둘 방법이 없어 편의상 이런 유통경로를 택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스타도 이번을 계기로 유통 과정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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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경쟁하는 토종브랜드를 어떻게 봐야 하나

프로농구에도 경기구를 공급해왔던 스타는 이제 배구에만 올인하고 있다. V리그 출범과 함께 해 오랫동안 맺은 인연을 앞으로도 더 이어가려고 하지만 몇몇 팬들은 국제대회 경쟁력이 모두 공 탓이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편견이지만 지금은 흥분해 다른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V리그는 운영과 방송중계, 팬들의 성원이 어느 리그 못지않게 세련되고 해마다 성장해가지만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중소기업이 많고 시장규모도 영세하다. 이들은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몇몇 팬들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우선 유명한 것만 찾는다.

토종브랜드의 성장은 국내 프로스포츠와 팬이 만드는데 이런 면에서 이번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스타 측은 “인천 아시안게임 때 스타 공을 공인구로 사용했고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도 땄는데 사람들은 그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현재 배구장에서 사용하는 많은 용품 가운데 매트와 네트는 외국제품이고 안테나도 일본 것이다. 우리 공마저 없으면 배구코트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외국산이다. 우리는 유일한 국산품이고 제품의 질은 세계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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