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다영. 사진제공|KOVO
극성팬들의 도를 넘는 비난으로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누구건 기회만 되면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어 물어뜯는 온라인에서의 저질 댓글 행태 탓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스타나 유명인이라면 예외 없이 이런 피해를 받는다.
V리그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이다영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가족을 언급하는 수준 낮은 글에 그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컸다. 구단도 심각하다고 보고 법적조치까지 검토했다.
멀리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박정아가 희생양이 됐다. 8강 토너먼트에서 패배를 당하자 승냥이 떼들의 표적이 됐다. 너무나 많은 비난의 글에 이정철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상처를 받아 혹시라도 큰일을 저지를까봐 더 걱정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지금도 박정아는 이 일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기를 꺼린다.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듯 하다. 말로 준 상처는 칼보다 깊게 베이고 오래 남는다는 뜻이리라.
그 리그의 품격은 구성원들이 주고받는 말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선수와 감독, 심판진이 코트에서 주고받는 대화의 수준은 그래서 중요하다. 서로 존중하고 교양 넘치는 말이 들리면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얘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의 뉴스와 방송 해설자들의 말에서도 품격이 느껴져야 하는 이유다.
관계되는 사람 모두가 합심하고 조금씩 노력해서 수준을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SNS다.
갈수록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지지만 아쉽게도 자정능력이 없다. 대다수의 팬들과는 관계없지만 몇몇 삐뚤어진 팬들은 모든 일에 불만이다. 이들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퍼붓기 바쁘다. 특히 여자선수들을 향해서는 집요하게 인신공격을 해 과연 진짜 팬인지 의문도 들게 한다.
이들의 댓글을 보면 현재 V리그 감독 모두는 성에 ‘돌’자가 들어간다. 그들 눈에는 누구보다 전문가적인 소양을 갖춘 이들이 바보로 보이는 모양이다. 게다가 걸핏하면 승부조작을 했다고 주장한다. 양아버지 수양딸 등 가족관계 마저도 경기의 승패에 따라 자기들 기분에 따라 마음껏 바꾼다. 어쩌다 경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비정상이 됐는지 심리전문가의 진단을 한 번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다.
언제까지 팬이라는 명목으로 익명의 바다에 숨어서 스타들에게 테러를 하는 이들을 용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숨어서 헐뜯기 좋은 환경을 없애버리는 것이 최선책이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법과 제도가 얽힌 문제라 선뜻 실행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한국배구연맹(KOVO)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한 번은 논의할 시점이 됐다. 최소한 KOVO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V리그의 많은 뉴스가 노출되는 포털사이트와 협의해 댓글 시스템을 없애버리는 방법도 있다. 또 정밀한 스크린을 통해 레드라인을 넘어간 사람을 찾아내 연맹 차원에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리그의 얼굴이자 귀중한 자산을 향해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 사람까지도 팬으로 보호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선수와 감독들도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참에 리그 구성원 전체가 악성 팬들을 리그에서 추방하는 전쟁에 동참하고 KOVO가 법률대리인을 선정해주는 것도 해결방법이다.
법률전문가들은 SNS를 뒤져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을 추적한 뒤 책임을 묻게 한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그동안 V리그는 이 부분에 너무 느슨했고 관대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