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코로나19 전후로 달라질 V리그

입력 2020-04-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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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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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나뉠 것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외계인의 침공보다 더 무서운 것이 눈에 보이지도 죽지도 않는 조그만 단백질 분자라는 것을 지금 세계는 실감하고 있다.

2019~2020시즌 V리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상 첫 무관중 경기가 벌어지고 무기한 중단에 이은 시즌 조기종료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관중의 가치였다. 그동안 구단과 선수들이 팬과 관중을 말로만 외쳤지만 왜 중요한지 실감한 것은 무관중 경기 동안 텅 빈 객석을 보고난 뒤였다. 관중석을 채워주고 응원해주던 팬들의 성원과 박수, 관심이 사라지자 코트는 연습경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들끼리 하는 공놀이에 중요한 가치를 넣어주고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관중과 팬이라는 것을 선수와 구단은 비로소 알았다.

그동안 크게 역할이 드러나지 않았던 응원단장의 함성, 치어리더의 목소리도 관중의 박수, 함성소리와 함께 V리그를 만들어온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도 코로나19 사태로 실감했다. 시끌벅적한 경기장이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왔던 선수들마저 이제는 “관중이 있어야 신이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생각을 바꿨다. 프로스포츠가 성장하려면 대중의 관심이 필요하다. 팬과 시청자 관중이 뜨거운 열정으로 보내주는 응원이 없다면 고액연봉의 선수들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그동안은 이 중요한 사실을 몰랐지만 코로나19가 준 비싼 수업료 덕분에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V리그는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에 실감한 또 다른 사실은 스포츠의 가치다.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쉽게 접하다보니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몰랐다. V리그는 출범 이후 항상 같은 시간에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과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2시, 4시에 습관적으로 스포츠전문 채널을 켜고 V리그를 소비하던 팬들은 무기한 중단과 조기종료로 허탈한 시간을 보냈다. V리그 없는 시간이 주는 상실감은 의외로 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세상을 달래줄 존재로서 V리그는 고마움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공기와 물처럼 V리그가 코로나19로 멈추자 대중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활력소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새롭게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은 덕분에 V리그는 방송중계권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의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스포츠는 경제가 호시절일 때 더욱 번창하고 커지는 속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프로스포츠에도 빙하기가 올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그동안 온실 속에서 안주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많은 기업들이 프로스포츠의 홍보효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고 다시 좋은 시절이 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이후 V리그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 모습으로 팬과 만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하루라도 빨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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