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V리그 남자부 몇몇 팀은 센터가 모자라서 난리다. 각 팀이 긴 시즌을 소화하려면 최소 3, 4명의 센터를 보유해야 하는데 절대수를 채우지 못한 팀이 생겼다. 어느 팀은 2명밖에 없어서 체력담당 코치를 센터로 돌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V리그 통산 블로킹 1, 2위 이선규와 윤봉우가 2년 새 은퇴와 임의탈퇴로 코트를 떠났다. 김규민(대한항공), 우상조(KB손해보험) 등은 군에 입대했다. 입대자가 제대하고 돌아오는 11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몇몇 팀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팀마다 센터가 금값이다. 구단은 은퇴선수와 실업배구에서 뛰는 선수도 알아보지만,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
결국 8월 제천 KOVO컵을 마친 뒤 몇몇 구단은 트레이드를 추진하거나 신인드래프트에서 센터를 지명해야 한다. 대학에도 원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 당분간 센터 몸값은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신장이 중요한 센터가 점점 희귀해지자 구단들은 새로운 선택지를 찾고 있다. 아직은 눈치만 보지만 아시아쿼터를 이용해 센터를 보강하자는 말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아시아쿼터는 여자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거론된다. 이달 초 사무국장 워크숍에서도 몇몇 구단은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입단하면서 전력의 균형이 깨졌는데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시아쿼터를 도입해야 한다”며 한국배구연맹(KOVO)에 실행을 요구했다. 이미 단장들은 “아시아쿼터 도입에 찬성하고 실행 시기는 KOVO에 일임한다”고 결의했다. 팬들의 비난이 두려워 구단이 먼저 나서기보다는 KOVO에서 부담스러운 일을 처리해줬으면 하는 눈치다.
KOVO는 이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유소년 육성과 2군 제도 등 배구저변을 넓힐 시스템을 만들기 전까지 아시아쿼터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 그만한 이유도 있다. 갈수록 배구 꿈나무가 줄어든다. 그나마 프로에 지명돼도 경기에 나가지 못한 채 웜업 존에서 시간만 보내다 유니폼을 벗는 선수들도 많다.
KOVO는 하루라도 빨리 프로구단이 책임지는 육성 시스템의 도입을 원한다.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선발제도를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꿀 때 했던 약속(줄어든 비용을 유소년 육성에 쓰겠다)마저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 그래서 KOVO는 구단이 먼저 유소년 육성 의지를 보여줘야 팬들과 선수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대로 구단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효율성 낮은 투자를 구단에만 요구하지 말고 KOVO도 합리적 경영으로 비용을 마련해 도와달라는 입장이다. 남자프로농구가 아시아쿼터를 도입한 것도 구단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각자 주장의 근거는 있겠지만,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 V리그의 인기를 높여줄 유망주들은 점점 줄고 있다. 남자부는 한선수 문성민, 여자부는 이재영-다영 자매 이후 리그를 대표할 스타선수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