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왼쪽)-김형진. 스포츠동아DB
V리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2일 주전 세터 이승원(27)과 김형진(25)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전격 발표했다. 오랫동안 라이벌로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온 두 팀이 결정한 첫 공식 트레이드다.
그동안 두 팀의 선수이동은 자유계약선수(FA) 이적과 보상선수로 옮겨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태웅 감독과 여오현 코치는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박철우와 이선규는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각각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지난 시즌에는 삼성화재에서 세터 황동일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했지만, 삼성화재와 계약을 끝낸 뒤 이적하는 형식이었다.
팀의 ‘영업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특수 포지션의 선수를 교환할 정도로 두 팀은 변화와 도전, 기회를 먼저 생각했다. 한 팀에서 6년째(이승원), 3년째(김형진)인 두 선수의 발전이 기대보다 더디다고 판단하자, 양 팀은 새로운 환경에서 선수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자는 생각을 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전부터 트레이드를 논의했지만,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한때는 무산될 뻔도 했지만, KOVO컵에서 공격성공률 최하위에 그친 삼성화재에서 먼저 결단을 내렸다. 1일 논의가 급물살을 타 오후 늦게 양 팀 사무국장이 트레이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고 감독은 “KOVO컵 뒤 우리 팀의 현실을 생각해봤다.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변화를 만들어 팀과 이적하는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 감독도 대학시절 경기 중 김형진이 보여준 배짱에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력은 비슷하다고 봤고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두 팀과 감독들은 충분한 기량을 지닌 세터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윈-윈 트레이드가 되기를 바라며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승원은 팀을 떠나면서 최 감독에게 “그동안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적 소식에 많은 동료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승원은 그동안 자신을 위해 고생해준 훈련장 선수식당의 근무자, 청소와 경호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정성을 담은 작별선물까지 건넸다. 이런 이승원을 보내면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다고 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