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규모 대회가 줄어들어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전국의 여자고등학교 배구부 졸업반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행사였다. 22일 벌어지는 비대면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앞두고 선수들의 기량파악이 걱정이던 V리그 감독들과 한 명이라도 더 선수들을 프로팀에 진출시켜야 하는 여자고등학교 감독들이 만든 비공식 자리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가 되면 혹시 불상사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소재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현장의 감독들끼리 마음을 맞춰 트라이아웃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각 프로팀에서 사전에 보고자 하는 선수가 있으면 프로팀으로 불러 며칠씩 함께 지내면서 하는 비공식 테스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형평성 등의 문제로 비공식 테스트는 하지 않기로 프로 팀들끼리 입장을 정리했다. 또 프로지망생이지만 염연히 학생인 선수를 며칠씩 여러 프로팀에서 데리고 있을 경우 학업공백 등이 생길 것도 고려했다.
선수들을 위한 좋은 방법을 찾던 끝에 탄생한 것이 비공식 트라이아웃이었다. 이번에 V리그의 신인드래프트 신청을 한 39명 가운데 무려 35명이 소속 학교 감독, 부모님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전주에 모였다. 한 곳에 5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안 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체육관에는 프로팀 감독과 코치, 선수들만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밖에서 딸들의 훈련과 경기모습을 초조한 마음을 지켜봐봐야 했다. 소속 학교 감독들은 훈련장 입구에서 모든 선수들의 발열체크를 하는 등 트라이아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도왔다.
이들은 “1년 계약의 신고 선수라도 좋으니 최대한 많이 뽑아 달라”고 프로팀 감독들에게 읍소했다. 갈수록 배구를 지망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배구선수들의 취업문인 프로팀 진출의 기회가 줄어들면 배구 전체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이들은 진지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도 이번에 지명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배구와 작별해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알기에 긴장된 마음으로 이틀간 프로팀 코치들의 눈길을 받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이를 지켜본 어느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웃으면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대견도 하지만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행사를 끝내고 함께 모아서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해 더 안타까웠다”고 했다.
과연 이번 비공식 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팀 감독들의 눈도장을 받은 유망주들은 몇 명이나 될까. 필요는 새로운 발견을 만든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탄생한 비공식 트라이아웃을 KOVO 주관의 공식 행사로 전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