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준비현장을 가다] OK금융그룹, 펠리페 선택의 전화위복과 이민규~송명근~조재성의 예비 FA효과를 꿈꾸다!

입력 2020-10-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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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 사진제공|OK저축은행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 사진제공|OK저축은행

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OK금융그룹은 롤러코스터 같은 팀이다.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탈 꼴찌를 하더니 2014~2015, 2015~2016시즌에는 연속해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특급 외국인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이 떠난 뒤 7~7~5~4위의 성적을 남겼다. 외국인선수 선택의 실패와 팀의 중심인 세터 이민규, 레프트 송명근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경기력의 편차가 컸다. 지난해 석진욱 신임 감독을 앞세워 반전의 계기는 잡았다. 레오 안드리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서두르지 않고 토종선수들의 힘만으로 버텨낸 것이 컸다. 2020~2021시즌을 준비하면서 미하일 필립이 이탈했지만, 그 대신 V리그 3시즌 동안 2314득점, 49.27%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최고의 보험용 선수 펠리페 알톤 반데로를 데려왔다. 이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바뀐다면 희망이 있다. 6일부터는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OK금융그룹 읏맨 프로배구단’으로 이름도 바꿨다. 8시즌 만에 진정한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전화위복 펠리페와 분위기 배구

펠리페는 3월 브라질로 돌아간 이후 제대로 배구공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V리그 컴백에 대비한 준비는 철저히 했다. 자신이 고용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력보강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한 덕택에 걱정은 덜었다. 교체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되기 직전 비자를 받았다. “그 때를 놓쳤다면 시즌 개막까지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구단 관계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OK금융그룹은 8월 31일 가족과 함께 입국한 펠리페의 자가격리를 위해 현명한 투자를 했다. 경기도 양평에 넓은 마당이 있는 2층집을 임대했다. 개인훈련 기간 중 펠리페의 가족을 배려해 생활공간과 훈련공간을 분리해줬다. 그 덕분에 2주를 잘 버틴 펠리페는 9월 14일 처음 팀 훈련에 참가했고, 얼마 되지 않아 연습경기에 투입됐다. 한국생활 4년째라 상견례에서 펠리페는 유창한 한국어로 “편하게 말을 걸어주세요”라고 말했다. 적응력과 내구성이 좋은 펠리페의 가세로 읏맨 프로배구단은 이제 외국인선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지난 시즌은 예측이 힘들 정도로 팀의 플레이가 들쭉날쭉했다. 꾸준히 자신의 통계 기록만큼의 결과를 남기는 펠리페가 불확실성을 줄여줄 전망이다.

석 감독은 새 시즌 팀의 키워드로 분위기를 꼽았다. 선수들이 좀더 밝은 분위기에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배구를 해달라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2연속 챔프전 우승 때 젊은 선수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상대를 압도했다. 2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송명근에게도 같은 요구를 한다. “실수를 했다고 고개를 먼저 숙이며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팀의 리더로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달라”는 주문이다.

조재성(왼쪽)-펠리페. 사진제공|OK저축은행

조재성(왼쪽)-펠리페. 사진제공|OK저축은행


조재성과 펠리페의 공존이 성공한다면?

지난 시즌과 전술적으로 가장 달라질 부분은 조재성의 활용법이다. 왼손 라이트 공격수로 서브에 장점이 많은 조재성이지만, 외국인선수와 공존할 수 없는 것이 딜레마였다. 석 감독은 원포인트 서버로만 쓰기에는 기량이 아까운 조재성의 기용방법을 지난 시즌부터 고민했다. 결국 레프트로 전환을 결정했다. 대학교 때까지 리시브를 해본 적이 없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석 감독은 “강한 서브의 팀에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하는 이유도 있다. 조재성은 이번 시즌 후 첫 FA 자격을 얻는다. 지금은 공격과 서브에만 특화된 선수지만, 리시브 능력을 갖추면 몸값은 크게 뛰어오를 것이다. 구단도 “리시브만 되면 인생역전할 수 있다”며 성공적 적응을 응원하고 있다. 조재성도 밤 12시까지 코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리시브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명 레프트로 현역시절을 보냈던 석 감독은 “가능성이 없다면 시키지도 않겠지만, 연습경기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며 변신을 응원 중이다.

여기에 V리그 통산득점 10위(3258득점)의 최홍석, 리시브가 안정적인 심경섭, 프로 2년차 김웅비, 11월 군에서 제대하는 차지환까지 있기에 레프트의 선수기용 폭은 지난 시즌보다 훨씬 넓어졌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많은 휴식이 필요할 송명근에게 희소식이다.

이민규-송명근에게 기대하는 예비 FA 효과와 첫 FA 영입선수 진상헌

OK금융그룹은 FA 시장에서 센터 진상헌을 영입했다. 창단 이후 첫 번째 외부수혈이었는데, 그 선택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센터 손주형이 심장이상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되는 바람에 진상헌의 가세는 큰 힘이 됐다. 그는 후배들에게 V리그 12시즌 동안 경험한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진상헌이 기대만큼만 해주면 속공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 진상헌은 124득점, 공격 성공률 62.64%의 속공능력을 보여줬다. 부상 경력이 있는 박원빈, 전진선과 함께 중앙에서 얼마나 잘 버텨줄지 궁금하다.

이민규~곽명우~권준형이 경쟁하는 세터와 정성현~부용찬~조국기가 포진한 리베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리시브는 정성현, 디그는 부용찬이 전담하고, 조국기는 최홍석 또는 조재성과 짝을 이뤄 리시브를 강화하는 역할로 투입될 예정이다. 창단 이후 팀의 중심추 역할을 해온 세터 이민규도 2번째 FA 계약을 앞뒀다. 시즌 후에는 군에 입대해야 한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시즌보다 봄배구의 열망이 크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모두들 믿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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