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V리그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남녀부 13개 팀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수많은 관중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던 일상으로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각 팀은 비시즌 동안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새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다.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땀으로 젖은 각 팀의 훈련장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는 모든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시브에서 6개 팀 중 압도적 1위였다. 효율 39.27%로 이 부문 최하위 IBK기업은행(27.89%)보다 무려 11% 넘게 앞섰다. V리그 최고의 세터 이효희가 버티고 있고, 리시브마저 탄탄했다면 호성적이 예상되겠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공격종합 성공률(34.78%), 오픈공격 성공률(29.41%), 백어택 성공률(30.75%) 등 공격 모든 부문에서 최하위였다. 랠리 상황 또는 리시브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큰 공격을 득점으로 만들어줄 대포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이 역할은 외국인선수가 주로 전담한다. 도로공사는 셰리단 앳킨슨~테일러 쿡~다야미 산체스를 돌아가며 선택했지만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설상가상 중앙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배유나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의 장점이던 조직력마저 사라졌다. 팀 블로킹 또한 180개로 꼴찌였다. 도로공사가 새 시즌에는 “외국인선수 교체 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이유다. 그동안 팀을 지탱해온 2명의 베테랑 중 정대영과는 선수계약을 하고, 이효희는 코치로 보직을 바꾸며 리빌딩을 선택한 도로공사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가운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도로공사가 새 시즌에 기대를 품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은 새 외국인선수 켈시 페인이다. 구슬이 도와줬더라면 도로공사의 선택은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였지만 뒤로 밀렸다. 플랜B로 선택한 카드가 페인이다. KOVO컵에선 53득점에 28.1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점점 좋아진다는 것은 위안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높은 점프의 장점을 아직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세터와 호흡이 맞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로공사는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 적응이다. 지난 시즌의 아픈 기억 때문에 좋은 인성의 외국인선수가 팀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기를 원했다. 그런 측면에선 희망적이다. KOVO컵 후 페인은 구단과 식사 자리에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한동안 적응이 어려웠지만 이제 극복했다. 생활도 편해졌다. 부상만 없다면 팀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먼저 약속했다.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선수가 이런 얘기를 해주자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페인의 적응은 한국 사람과 다름없는 입맛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돼지국밥을 좋아하고 찌게에 밥도 말아먹는다. 코트에선 경기에 집중하느라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밝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훈련이 많기로 소문난 김 감독의 지시를 따르느라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울면서도 훈련은 다 따라서 한다. 기량을 더 발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페인의 의지를 기특해했다.
센터 배유나의 복귀가 김 감독에게는 무엇보다 반갑다. 빼어난 배구센스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그가 퍼즐을 채워주자, 도로공사의 배구는 매끄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비와 연결은 물론이고 뒤치다꺼리까지 해주는 존재로서 건강한 배유나가 할 일은 많다. 베테랑 정대영과 중앙도 지켜야 하고, 다양한 공격 옵션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시즌은 도로공사가 수년째 잘 유지해온 황금비율이 깨지면서 에이스 박정아에게 공격하중이 몰렸다. 배유나가 앞에서 흔들어주면 박정아의 공격 성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페인과 박정아가 양쪽에서 대포 역할을 제대로만 해준다면 봄배구 꿈은 현실이 된다.
레프트에서 박정아의 파트너는 전새얀으로 결정됐다. 지난 시즌까지는 리베로 임명옥과 라이트 문정원의 2인 리시브를 주로 사용했지만, 김 감독은 전새얀과 박정아가 동시에 리시브에 가담하는 3인 리시브를 준비하고 있다. V리그 6시즌 만에 개인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자유계약선수(FA)로 잔류한 전새얀이 기대만큼만 해주면 도로공사는 공격은 물론 블로킹 높이의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리시브가 문정원만큼 버텨줘야 가능한 일이다.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젊은 기대주 유서연과 이원정을 넘겨주면서 선택한 새 주전 세터 이고은이 호흡을 잘 맞춰줘야 한다. 2013~2014시즌 도로공사 1라운드 3순위 선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5시즌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기에 동료들과 호흡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전까지 팀을 이끌던 이효희와 스타일이 다르다. 세터도, 공격수도 모두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여러 공격수를 이용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 대신 좌우 양쪽으로 시원하게 공을 찢어주는 패턴으로 플레이 모양이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고은이 선배를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린 연결을 해주길 코칭스태프는 바란다.
또 하나 걱정은 선수층이 얇아진 웜업존이다. 센터 기대주 정선아는 배구를 포기했고, 몇몇은 세대교체를 위해 포기했다. 그러다보니 즉시전력으로 사용할 카드가 줄었다. 특히 배유나와 정대영이 견뎌줘야 할 센터진이 허약해 보인다. 김 감독은 플랜B로 센터 경험이 있는 페인을 중앙으로 투입하고, 라이트에 하혜진과 문정원을 투입하는 카드도 준비 중이다. 이번 시즌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무엇보다 “부상선수 없는 시즌”을 꿈꾼다. 그래야 도로공사의 연고지 김천에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지난 시즌 도로공사는 모든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시브에서 6개 팀 중 압도적 1위였다. 효율 39.27%로 이 부문 최하위 IBK기업은행(27.89%)보다 무려 11% 넘게 앞섰다. V리그 최고의 세터 이효희가 버티고 있고, 리시브마저 탄탄했다면 호성적이 예상되겠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공격종합 성공률(34.78%), 오픈공격 성공률(29.41%), 백어택 성공률(30.75%) 등 공격 모든 부문에서 최하위였다. 랠리 상황 또는 리시브가 흔들릴 때 발생하는 큰 공격을 득점으로 만들어줄 대포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이 역할은 외국인선수가 주로 전담한다. 도로공사는 셰리단 앳킨슨~테일러 쿡~다야미 산체스를 돌아가며 선택했지만 모두 기대를 밑돌았다. 설상가상 중앙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배유나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의 장점이던 조직력마저 사라졌다. 팀 블로킹 또한 180개로 꼴찌였다. 도로공사가 새 시즌에는 “외국인선수 교체 없이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이유다. 그동안 팀을 지탱해온 2명의 베테랑 중 정대영과는 선수계약을 하고, 이효희는 코치로 보직을 바꾸며 리빌딩을 선택한 도로공사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가운데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돼지국밥 즐겨먹는 켈시 페인의 약속
도로공사가 새 시즌에 기대를 품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은 새 외국인선수 켈시 페인이다. 구슬이 도와줬더라면 도로공사의 선택은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였지만 뒤로 밀렸다. 플랜B로 선택한 카드가 페인이다. KOVO컵에선 53득점에 28.14%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점점 좋아진다는 것은 위안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높은 점프의 장점을 아직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세터와 호흡이 맞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로공사는 성적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 적응이다. 지난 시즌의 아픈 기억 때문에 좋은 인성의 외국인선수가 팀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기를 원했다. 그런 측면에선 희망적이다. KOVO컵 후 페인은 구단과 식사 자리에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한동안 적응이 어려웠지만 이제 극복했다. 생활도 편해졌다. 부상만 없다면 팀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먼저 약속했다.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선수가 이런 얘기를 해주자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페인의 적응은 한국 사람과 다름없는 입맛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김 감독은 “돼지국밥을 좋아하고 찌게에 밥도 말아먹는다. 코트에선 경기에 집중하느라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밝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훈련이 많기로 소문난 김 감독의 지시를 따르느라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울면서도 훈련은 다 따라서 한다. 기량을 더 발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페인의 의지를 기특해했다.
살림꾼 배유나의 복귀와 레프트 전새얀 효과
센터 배유나의 복귀가 김 감독에게는 무엇보다 반갑다. 빼어난 배구센스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그가 퍼즐을 채워주자, 도로공사의 배구는 매끄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비와 연결은 물론이고 뒤치다꺼리까지 해주는 존재로서 건강한 배유나가 할 일은 많다. 베테랑 정대영과 중앙도 지켜야 하고, 다양한 공격 옵션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시즌은 도로공사가 수년째 잘 유지해온 황금비율이 깨지면서 에이스 박정아에게 공격하중이 몰렸다. 배유나가 앞에서 흔들어주면 박정아의 공격 성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페인과 박정아가 양쪽에서 대포 역할을 제대로만 해준다면 봄배구 꿈은 현실이 된다.
레프트에서 박정아의 파트너는 전새얀으로 결정됐다. 지난 시즌까지는 리베로 임명옥과 라이트 문정원의 2인 리시브를 주로 사용했지만, 김 감독은 전새얀과 박정아가 동시에 리시브에 가담하는 3인 리시브를 준비하고 있다. V리그 6시즌 만에 개인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자유계약선수(FA)로 잔류한 전새얀이 기대만큼만 해주면 도로공사는 공격은 물론 블로킹 높이의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리시브가 문정원만큼 버텨줘야 가능한 일이다.
세터 이고은과 공격수의 호흡, 그리고 백업 멤버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젊은 기대주 유서연과 이원정을 넘겨주면서 선택한 새 주전 세터 이고은이 호흡을 잘 맞춰줘야 한다. 2013~2014시즌 도로공사 1라운드 3순위 선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5시즌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기에 동료들과 호흡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전까지 팀을 이끌던 이효희와 스타일이 다르다. 세터도, 공격수도 모두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여러 공격수를 이용하는 아기자기한 플레이 대신 좌우 양쪽으로 시원하게 공을 찢어주는 패턴으로 플레이 모양이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고은이 선배를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린 연결을 해주길 코칭스태프는 바란다.
또 하나 걱정은 선수층이 얇아진 웜업존이다. 센터 기대주 정선아는 배구를 포기했고, 몇몇은 세대교체를 위해 포기했다. 그러다보니 즉시전력으로 사용할 카드가 줄었다. 특히 배유나와 정대영이 견뎌줘야 할 센터진이 허약해 보인다. 김 감독은 플랜B로 센터 경험이 있는 페인을 중앙으로 투입하고, 라이트에 하혜진과 문정원을 투입하는 카드도 준비 중이다. 이번 시즌으로 3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무엇보다 “부상선수 없는 시즌”을 꿈꾼다. 그래야 도로공사의 연고지 김천에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