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우리카드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던 노재욱을 삼성화재로 트레이드하면서 하승우에게 ‘선장’ 역할을 맡겼다. 레프트 류윤식, 외국인선수 알렉스를 제외하면 기존 멤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에 전문가들은 “우리카드의 성적은 하승우와 공격수들이 얼마나 호흡을 맞추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불안감과 기대감이 공존한 하승우는 개막전에서 첫 경기의 부담감 때문인 듯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패스의 스피드와 정확성이 떨어졌다. 특히 라이트로 향하는 뒤쪽 연결보다는 레프트에게 주는 앞쪽 연결에서 공 끝에 힘을 싣지 못했다. 이 바람에 알렉스와 나경복은 대한항공 블로킹의 희생양이 됐다. 사이드 블로킹을 담당하는 대한항공 정지석이 2세트에 무려 7개의 가로막기를 성공시키는 등 비 센터 포지션으로는 최초로 역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타이인 11개를 기록한 이유다.
센터를 이용한 속공도 많지 않자 대한항공 센터들은 상대의 속공 블로킹을 아예 포기한 채 집중적으로 날개 공격을 막으려고 덤벼들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3세트부터 이호건을 투입해 경기의 흐름을 돌렸지만, 이호건도 속공 연결과 라이트쪽 연결에서 정확성이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이 틈을 비집고 역대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신기록(25개)을 세웠다.
신 감독은 “준비한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우리카드는 20일 천안에서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한다. 문제를 수습하고 준비할 기간도 많지 않다. 기술보다는 멘탈의 문제이기에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이도희 감독의 모험이 만든 황금배분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GS칼텍스와 개막전에서 뜻밖에도 4년차 김다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던 이다영이 흥국생명으로 떠난 뒤 IBK기업은행과 트레이드로 데려온 9년차 이나연이 주전일 것으로 모두들 예상했기에 의외였다.
시즌을 앞두고 상대 감독들은 “현대건설의 시즌 성적은 세터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도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세터와 다른 선수의 호흡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호흡이 나오지 않자 이 감독은 고민을 거듭했다. 외국인선수 루소나 체공능력이 좋은 정지윤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양효진과 호흡이 문제였다. 레프트 황민경-고예림도 이나연의 연결을 편안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순천·KOVO컵 우승을 경험했던 김다인은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 감독의 표현처럼 “예쁘게 올려주는 구질의 장점”이 있었다. 올해 제천·KOVO컵 이후 연습경기에서 처음에는 이나연이 주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다인의 출전 비중이 높아졌다. 게다가 이나연은 GS칼텍스에서 5시즌을 지냈기에 연결의 습관이 쉽게 드러날 수도 있었다.
결국 이 감독은 모험을 선택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루소~정지윤~양효진이 각각 28~21~18득점의 황금배분을 기록했고, 3명 모두 40%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