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소사, 142km 고속 슬라이더의 함정

입력 2015-09-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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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헨리 소사. 스포츠동아DB

LG 헨리 소사(30)는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 중 한명이다. 시속 160km에 가까운 불같은 강속구를 가지고 있다. 소사가 갖고 있는 또 한 가지 무기는 시속 142km를 넘나드는 고속 슬라이더다. 웬만한 투수의 가장 빠른 공과 스피드가 비슷한 공이다. 그러나 소사의 고속 슬라이더에는 큰 함정이 있었다.

변화구는 패스트볼이 아니다. 그 가치는 속도보다 움직임이 우선이다. 소사의 슬라이더는 스피드는 훌륭하지만 휘어지는 각도는 예리한 편이 아니다. 워낙 스피드가 높아 충분히 위력적이지만 직구보다는 10~15km 느리다. 이 지점에서 시즌 중 변수가 시작됐다.

양상문 LG 감독은 4일 잠시 kt전을 앞두고 “소사가 3일 경기에서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직구의 비중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소사는 3일 kt를 상대로 7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으며 6안타 1볼넷 1실점했다.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실점도 5이닝 이상 투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6월 28일 NC전 6.1이닝 1실점 이후 최소 실점 경기였다.

양상문 감독은 “소사의 슬라이더는 속도만으로 충분히 위력적이다. 그러나 직구보다 10km이상 느리다.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잡기 훨씬 유리한 공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직구를 노리고 들어가다가 타이밍이 늦었는데 마침 공이 슬라이더일 때 배트에 걸려 안타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직구 비율을 높이는 것이 부진 탈출의 해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리그를 평정했던 윤석민(KIA)의 슬라이더는 소사와 비슷한 시속 140km대였다. 그러나 휘어지는 각도는 훨씬 더 예리했고 날카로웠다. 소사는 올 시즌 8승10패, 방어율 4.1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G가 이미 순위 경쟁에서 뒤쳐진 상황. 늦은 각성으로 볼 수 있지만 내년 시즌 선택지 중 한 명이기 때문에 LG로서는 분명한 성과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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